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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의 데이터이야기] 데이터는 도구이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중앙일보 2020.01.20 00:13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2020년 들어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듯하다. 하지만 모든 법이 그렇듯이 그 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3법 제정, 본격 활용 가능
미국은 범죄 행위 외에 모두 허용
편리함에 비해 폐해는 별로 없어
자유롭게 통용되면 모두에게 도움

일단 데이터란 많은 부분 사람들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이런 변화를 탐탁치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이 점을 주지해고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 아울러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제 겨우 시작이란 생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 데이터의 흐름을 막고 있던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갑자기 쓸모 있는 정보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관행을 따르는 것이 늘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 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데이터의 사용이 자유로운 나라이고, 필자는 30년 이상 미국에서 기업을 도와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해온 경험이 있기에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데이터 사용의 규제에 관한 한 미국과 다른 모든 나라로 구분된다는 말도 있듯이 미국은 그야말로 안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나라다. 그렇다고 규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의료에 관한 정보는 본인동의가 없으면 의사와 의료보험회사 간에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다. 금융에 관한 민감한 정보에도 법이 따로 정비되어 있다.
 
반면에 개인의 이동이나 일반적인 구매활동 등에 관한 데이터는 사기나 범죄에 이용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이나 사업계획 등 기업 활동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주체의 이름, 주소, 이메일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사용할 수 있되 사용자가 유출방지의 책임을 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부분이 자율적이다. 개인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면 미국 기업이라고 언론과 고객들의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위한 작업은 구좌번호 등 민감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상품에 관심이 있을 것인가 등의 예측은 그 대상의 과거의 행적이나 묘사적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분석의 결과를 가지고 일반우편을 통해 대상을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규제가 없고,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한 접촉에는 제약이 있으나 그것도 정치인들이 자신들은 모든 채널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미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타겟팅 없이 선거를 이기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1대1 마케팅의 예를 들면 데이터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심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데이터의 사용이 자유로워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편리함에 비해 심각한 불이익은 거의 없다. 정보유출이야 은행이 금고를 지켜야 하는 것과 같이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것이고, 불법적 요소 때문에 데이터 활동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은행이 털릴 수도 있다고 은행 문을 닫으라는 격이다.
 
빅데이터 활동이란 개인정보를 하나씩 파내는 것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엄연히 스토킹이고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데이터 분석이란 전체의 흐름과 집단의 성향을 보는 것이지 개개인의 뒷조사나 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사용이 이미 활성화된 곳에서 빅데이터의 미래방향은 서비스의 개인화 (personalization)이다. 커피숍 주인이 자주 들리는 손님들의 성향을 기억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호 유익한 것처럼, 데이터를 사용하여 수백만명의 고객을 단골 대하듯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에 필요 없는 정보까지 캐내어 남용한다면 그건 바로 손님을 쫓는 행동이다.
 
선례를 보면 “웬만하면 규제한다”에서 “웬만하면 그냥 둔다”로 방향전환해도 큰일이 나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모두에게 유익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범죄적 요소는 당연히 잘라내야 하는 것이며 딱히 불법행위는 아니더라도 정보를 이용하여 고객을 질리게 만드는 사업은 도태되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데이터가 수집의 대상일 뿐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자유롭게 흘러 다녀야 가치가 부가되며, 사회적 통념과 상식내에서 제대로만 사용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이다. 위험할 수도 있다고 가둬 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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