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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기저효과 부메랑과 돌려막기 사이

중앙일보 2020.01.20 00:09 종합 29면 지면보기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경제성장률 6.5%. 언뜻 중국의 수치라 여겨지지만 2010년 한국의 성장률이다. 2002년(7.4%)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최근의 상황에 견줘보면, 상상하기 힘든 꿈같은 성장률이다.
 
2010년은 한국 경제 최고의 한 해였을까. 맥락을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해 4분기까지 성장률은 3분기 연속 둔화했다. 답은 전년도 수치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성장률은 0.7%(전년동기대비)로 11년만의 최저치였다. 2010년 성장률은 2009년과 비교하다 보니 증가 폭이 크게 보였을 뿐이다.
 
이른바 기저효과(基底效果)다. ‘반사효과’로도 불리는 기저효과는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을 살펴볼 때 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기준 연도 선택에 따라 인위적으로 생길 수 있는 ‘통계적 착시효과’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읽는 방식과 의도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고용지표는 기저효과에 딱 들어맞는 예다. 2019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만1000명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 성과가 가시화해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연간 취업자 증가 수가 9만7000명으로 ‘고용참사’로 불렸던 2018년의 기저효과에 대한 언급은 쏙 빠졌다.
 
자화자찬용 ‘지표 골라 먹기’도 여전했다. 재정을 들이부어 늘린 60세 이상의 노인 일자리(37만7000명) 증가에 초점을 맞추며 성과 강조에만 급급했다. 28년 만에 최대 감소 폭(16만2000명)을 보인 40대 취업자 수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기저효과는 ‘양날의 칼’이다. 선물이 될 수도, ‘역(逆) 기저효과’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민간 일자리 창출 부진으로 올해 고용지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변수는 있다. 나라 곳간을 더 활짝 열고 ‘정부 창출 일자리’를 더 많이 늘려, 기저효과 부작용 따위를 가뿐히 극복하는 것이다.
 
‘기저효과 돌려막기’도 있다. ‘지난해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해 살짝 반등할 것’이란 전망(현대경제연구원)에 편승하면 된다. 경제 실패 논란 속 골이 깊어 산이 높아 보일 뿐인데, 본질을 외면한 유리한 부분만 앞장세울까 걱정이다.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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