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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올 설엔 싸우지말자”…아내에게 미리 선물 늘었다

중앙일보 2020.01.20 00:05 종합 2면 지면보기
명절

명절

명절을 전후해 두통이 심해지거나 소화가 안 되고, 수면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G마켓 기혼남녀 545명 설문조사
“배우자에 연휴 직전 선물” 64%
“선물 주겠다” 60대 이상 가장 많아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기간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들이 늘어놓는 잔소리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명절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며 마음을 달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난 이후 위로한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기 일쑤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설·추석을 전후로 10일간 하루 평균 이혼 건수는 일평균 이혼 건수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138.8%).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이커머스·e-commerce) G마켓이 19일 545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날 선물 계획을 조사한 결과, 설 연휴를 전후해 배우자에게 선물할 계획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6%를 차지했다. 성인 4명 중 3명은 명절에 고생한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명절이 끝난 직후에 노고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선물을 주곤 했던 게 올해는 명절 직전에 배우자에게 미리 선물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 평균시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 평균시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응답자 중 ‘배우자에게 설 연휴 직전에 선물하겠다’는 비율이 64%를 기록했다. 설 연휴가 끝나면 배우자에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 비율(21%)의 3배가 넘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는 소가 떠나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설 선물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77%, 여성의 75%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없다”는 응답은 남성 23%, 여성 25%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남성 280명, 여성 26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30대 부부 63% … 20대는 40%만 선물  
 
배우자에게 설 선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졌다. 20대(40%)는 배우자에게 굳이 선물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배우자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30대부턴 상황이 역전된다(63%). 40대(82%)·50대(90%)는 십중팔구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올해 배우자용 구정 선물 제공 여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올해 배우자용 구정 선물 제공 여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에는 모든 응답자(100%)가 이번 설 명절에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전후로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에 관해 묻자 응답자의 72%는 ‘고생한 배우자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라고 응답했다. 소수 의견으로 ‘잔소리·짜증 방지책으로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람도 있었다(3%).
 
올해 배우자용 구정 선물 제공 여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올해 배우자용 구정 선물 제공 여부.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이 때문에 배우자에게 제공할 설 선물을 고르는 기준도 ‘배우자가 원하는 선물’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50%). ‘배우자에게 필요한 것을 선물한다’는 응답(27%)이 2위다. 배우자를 위한 이번 설 선물 품목으로는 의류·패션잡화(41%)와 화장품(19%) 등 주로 여성이 선호하는 제품이 가장 많았다.
  
여성들 결혼 만족도 10점 만점에 6점대
 
한편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를 점수로 매겼더니 10점 만점에 평균 6점대로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2019년 여성가족패널조사’ 결과다. 정부가 2007년부터 전국 약 1만 가구의 만 19~64세 여성을 표본으로 삼아 생활·의식 변화 등을 2년에 한 번씩 묻는 조사다.
 
여성응답자의 특성별 결혼 만족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성응답자의 특성별 결혼 만족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사에서 부부의 결혼생활 점수는 평균 6.8점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만족도가 떨어졌다. 30대 이하가 7.21점으로 가장 높았고, 40대(6.9점), 50대(6.7점), 60세 이상(6.44점) 순이었다.
 
비취업 여성의 결혼 만족도는 6.82점으로 취업 여성(6.78점)보다 소폭 높았다. 교육수준별로 보면 전문대졸 이상(7.17점)이 만족 정도가 가장 높았다.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일 집안일을 위해 여성이 쓰는 시간은 평균 약 2시간30분인 반면, 남성은 20분이 채 안 됐다.
 
식사·요리 준비, 설거지, 세탁, 시장보기·쇼핑, 집안 청소 등으로 가사노동을 세분화한 뒤 수행 빈도를 ▶거의 매번 ▶일주일에 4~5일 ▶일주일에 2~3일 ▶일주일에 1일 ▶그보다 드물게 ▶전혀 하지 않는다 등으로 나눴을 때 아내가 ‘거의 매번’ 자신이 한다고 꼽은 것은 식사·요리 준비(87.5%), 설거지(85.7%), 집 안 청소(52.0%) 등이었다. 남편은 모든 가사노동에서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
 
가사를 하는 물리적 시간을 따져봤을 때도 이런 차이가 명확했다. 아내가 가사에 쓰는 시간은 평일 148.09분으로 약 2시간30분이었지만 남편은 17.91분에 그쳤다. 8.3배 차이다. 주말에도 다르지 않았다. 토요일(140.77분)과 일요일(136.31분)에 아내의 가사 시간은 평일보다 소폭 줄지만 여전히 남편(26.03분, 34.72분)보다 각 5.4배, 3.9배가량 많았다.
 
문희철·황수연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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