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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황제' 머스크, 왜 상하이서 재킷 벗어던지고 막춤췄나

중앙일보 2020.01.20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일론 머스크

지난 7일 중국 테슬라 공장 인도식 행사에서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던지고 있는 일론 머스크. [AFP=연합]

지난 7일 중국 테슬라 공장 인도식 행사에서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던지고 있는 일론 머스크. [AFP=연합]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중국산 테슬라 ‘모델3’의 인도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도중 재킷을 벗어 던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생산 체제를 갖춘 것을 자축하는 무대였다. 예상치 못한 그의 막춤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흥을 주체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었다. 천장을 뚫을 기세로 치솟는 테슬라 주가다. 상승세가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17일(현지 시간) 테슬라는 510.5달러로 마감, 시가총액 9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양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몸값’이다. CNN비즈니스는 “테슬라의 시총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머스크가 3억4600만 달러(약 4010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시세차익을 챙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글로벌 피플]
주가 반년새 178→510달러 치솟아
테슬라 시총, GM·포드 합계 추월

우주개발·초고속터널 등 미래비전
시장선 몽상이라지만 투자 몰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지난해 테슬라는 상반기 구조조정과 잇단 자율주행차 사고, 준중형 신차인 모델3의 생산공정 병목 문제 때문에 기업가치가 한동안 바닥을 기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는 지난해 6월3일 178.9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18년 만우절 때 그가 트위터에 올린 ‘테슬라가 자금난으로 파산했다’는 농담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7일 상하이 테슬라 공장서 막춤
 
그가 대도시 교통 체증 해법으로 제시한 초고속 지하터널 ‘루프’. 로스앤젤레스(LA) 남부 호손에서 LA국제공항까지 1.1마일을 연결한다. [사진 테슬라]

그가 대도시 교통 체증 해법으로 제시한 초고속 지하터널 ‘루프’. 로스앤젤레스(LA) 남부 호손에서 LA국제공항까지 1.1마일을 연결한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 기업가치 상승의 배경으로는 ▶모델3 생산 본격화 ▶중국 등 신시장 개척 ▶대규모 신규 자금 조달 등이 꼽힌다. 1억원 이상의 고급 전기차만 생산하던 테슬라는 2016년 6000만원대인 보급형 세단 모델3를 선보였다. 하지만 양산 시점은 공정 관리 문제로 계속 늦춰졌고, 월 생산량도 1만여 대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공장이 안정화된 이후 모델3 생산은 지난해 6월부터 월 4만 대 수준으로 안정됐다. 덕분에 테슬라의 지난해 분기별 판매량은 1분기 6만3000대, 2분기 9만5300대, 3분기 9만7200대, 4분기 11만2000대로 계속 늘었다. 중국에 지은 연산 50만대 규모 공장도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생산 비용을 미국의 6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데다, 중국 내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에도 공장을 신설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를 생산할 예정이다.
 
화성으로 가기 위해 고안된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프로토타입). [사진 테슬라]

화성으로 가기 위해 고안된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프로토타입). [사진 테슬라]

점점 커지고 있는 머스크의 존재감도 일조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 애플을 성장시킨 것처럼, 머스크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테슬라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테슬라에 대한 비관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전기차에 대한 비전이 이제 이륙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치솟는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치솟는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거품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GM과 포드는 지난해에 미국에서만 각각 2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한 반면,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36만7500대를 팔았을 뿐이다. 특히 테슬라는 2003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연간기준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테슬라가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계속 이익을 내고 성장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다곤 하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게 부담이다. 로스캐피털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어윈 애널리스트는 “(고급 전기차) 시장이 이젠 더 이상 테슬라가 독점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주가가 터무니없이(egregiously) 과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창립 이래 수익 한번 못내 비관론도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현재’보다는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의 몽상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면서 테슬라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개척하는 분야는 전기차만이 아니다.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대도시 교통체증 해법으로 제시한 ‘초고속 지하터널’, 인간의 뇌와 컴퓨터 회로를 연결하기 위해 설립한 ‘뉴라링크’ 등이 꼽힌다.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한 예다. 신차 공개행사에서 성능 시험 도중 방탄유리가 깨지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나흘 만에 20만건이 넘는 선주문이 쏟아졌다. 픽업트럭은 기존 완성차업체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아 전기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혀 왔는데도 말이다.
 
이는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머스크의 역량 덕분이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콜린 러시 애널리스트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 도전과 실패를 통해 배우는 능력, 그리고 경쟁업체들보다 큰 야망을 믿는다”면서 “하지만 테슬라는 더 빠른 속도로 혁신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하기 시작했다”라고 짚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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