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철수 "보수통합 관심없다, 출마 안해"…제3의 길 공식화

중앙일보 2020.01.19 19:32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보수 통합에) 저는 관심이 없다.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1년 4개월 만에 정계 복귀를 위해 이날 귀국한 안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대1 진영대결 구도로 가는 건 오히려 정부ㆍ여당이 바라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추진 중인 혁신통합추진위 참여 여부에 대해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제3지대’ 독자 세력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1대1 구도가 되면) 정부ㆍ여당이 아주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오히려 야권에서 혁신 경쟁으로 국민들의 선택권을 높이면 1대1보다 훨씬 합이 큰 결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합에) 관심이 전혀 없는데 대화가 필요한가. 필요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4·15 총선 불출마도 독자 세력화 메시지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 측은 “국회의원 하고 대선 나가려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고 했지 않나. 나라를 위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오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봐달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추구할 ‘제3의 길’이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인지, 신당 창당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분을 만나 상의드리고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제 목적은 실용ㆍ중도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21대) 국회를 채우는 것”이라고만 했다.
 
내부적으론 바른미래당 복귀를 1순위에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안 전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당내 문제를 먼저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당으로 완전히 복귀할지 말지를 정할 수 있다”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따로 만나서 얘기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을 첫머리에 올린 데는 현실적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 세력화는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인 점도 신당 창당에는 걸림돌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돼서다. 안철수계 현역 의원 숫자가 줄면 신당 기호도 뒷번호로 밀리게 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문제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조건 없이 당권을 내놓을지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안 전 대표가 오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고 했던 손 대표 측 분위기는 최근 들어 다소 변했다. 손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얘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독대한다고 순순히 전권을 넘겨받을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권을 두고 갈등이 생기면 안 전 대표에게 부담이다. 1년 4개월 여 잠행을 끝내고 정치에 복귀하자마자 당권을 두고 다투면 안 전 대표가 주창해온 “낡은 정치 청산”과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20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광주 5ㆍ18민주묘역을 잇따라 참배하는 걸 두고 “유사시를 대비해 호남 기반 신당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식 일정 첫날부터 빠듯한 시간을 쪼개 광주를 찾는 데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의 진원지가 된 호남을 향해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분들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늦었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선을 그엇음에도 혁통위 측은 여전히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나중에 만나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들어오자마자 혁통위와 같이 한다는 게 모양새가 이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 접촉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향후 행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공항 메시지에 대해 “국민의당 재판(再版)을 노리는 것”이라며 “정치적 밑천이 다 드러났기에 위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당에 환멸을 느끼는 정치 소비자들이 누군가 새롭게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오종택 기자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15분쯤 회색 양복 차림으로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과 지지자 수백명이 공항에 모여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20일 현충원 참배에서는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까지 두루 참배할 예정이다. 이어 처가가 있던 전남 여수와 자신의 고향이자 본가가 있는 부산에 들를 것이라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서울 신촌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당분간 이곳을 근거지로 정치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자택에 도착한 뒤 “현 정부의 폭주를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미소를 띠며 “다들 아시던데요”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 사태를 두고 한 말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 때문에 허탈해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에서 그 사건 전후로 굉장히 많은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한영익ㆍ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