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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 '훈훈'하게 만드는 4.3의 상징 동백

중앙일보 2020.01.19 11:00
최근 제주동백꽃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최근 제주동백꽃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섬은 올해도 붉은 동백이 가득하다. 다른 나무의 꽃가지가 매서운 겨울바람에 맥을 못 추는 사이 '동백(冬柏)’은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평년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이라 올해 동백의 기개는 다른 해보다 더 강건하다. 이런 아름다움을 관광객들이 놓칠 리 없다.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하루에도 수백개의 ‘제주동백’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는 점은 그 관심의 뜨거움을 대변한다.
 

올해도 제주 곳곳 겨울 대표 동백 만개
SNS 동백 배경으로 찍은 사진 잇따라
지금은 애기동백, 2~3월은 토종동백
4.3 상징하는 동백 배지 나눔도 화제

지난 9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동백꽃 사이를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동백꽃 사이를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동백의 계절을 맞아 지난 11월 15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동백축제가 열리고 있다. 약 6만6000㎡ 규모의 공원에 장관을 이룬 동백꽃을 감상하며 동물 먹이주기·승마·감귤 따기 등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화산송이로 조성된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라산이 보이는 동백 올레길과 다양한 포토존을 만나게 된다. 특히 한라산과 동백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은 연인과 함께 ‘인생샷’을 건질 기회다.  
 
이 공원 인근에 있는 신흥리 ‘동백마을’에는 300년의 역사를 가진 설촌터이자 제주도 지정기념물인 동백나무군락지가 있다. 마을 곳곳에 수령이 300~400년 된 동백나무를 볼 수 있으며, 주민들이 운영하는 동백방앗간에서는 동백기름이 판매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동백 공예체험과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식용 동백기름을 이용한 동백음식 체험, 동백기름을 이용한 천연비누체험도 가능하다.
 
최근 제주동백꽃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최근 제주동백꽃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도 동백군락지와 제주동백수목원이 있다. 이름도 위미동백나무군락지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긴 키 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농장주가 1977년 씨를 뿌려 40여년간 가꿔온 위미 동백나무군락은 제주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있다. 황무지였던 땅에 동백나무를 심어 거센 바닷바람을 막았다. 나무가 자라면서 황무지는 기름진 농토가 됐고, 동백나무는 울창한 숲을 이뤘다. 또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도 동백꽃 자생지로 유명하다. 동백나무숲을 찾은 최진경(28·청주시 용암동)씨는 “친구와 함께 제주에 온 김에 SNS를 보고 꽃밭을 찾았다. 올해 겨울이 평소보다 춥지 않아 동백꽃을 보며 걷기에 가장 좋은 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 동백. 최충일 기자

제주 동백. 최충일 기자

2018 제주 4.3 추념식에서 가수 이효리가 동백꽃 그림을 배경으로 희생자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2018 제주 4.3 추념식에서 가수 이효리가 동백꽃 그림을 배경으로 희생자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동백나무는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에 꽃망울을 달고 있는 곳도 있고, 해를 넘겨 3월에도 꽃을 피운다. 최근 가득 피어있는 동백은 꽃잎으로 지는 외래종인 애기동백(사상가)이다. 잎이 붉고 봉우리째 지는 한국 토종동백은 2월에서 3월에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록성 활엽수로 보통 7m 정도 자란다. 나무는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도 쓰였으며, 재질이 단단해 얼레빗·다식판·장기알·가구 등 생활 용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잎을 태운 재는 자색을 내는 유약으로 썼다고 한다. 동백기름은 머리에 바르면 그 모양새가 단정하고 냄새도 나지 않고 마르지도 않아 머리단장에 꼭 필요한 여성들의 필수품이었다.
 
동백은 제주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4.3의 상징이기도 하다. 강요배 화백의 4·3 그림 '동백꽃 지다'가 1992년 세상에 공개되면서 동백꽃은 가여운 제주4·3 희생자를 상징하게 됐다. 4·3 70주년인 2018년에는 유명 연예인과 인사들이 동백꽃 배지 달기에 동참하면서 전국적으로 동백꽃 배지 달기 바람이 불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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