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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50년간 회사 5번 바뀌어도 한우물···'힙합 교복' 만든 엘리트

중앙일보 2020.01.18 10:00

[한국의 장수 브랜드] 삼성이 만들었던 교복, 엘리트

 
 
H.O.T·젝스키스부터 소녀시대·동방신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엘리트학생복의 교복 모델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엘리트학생복 모델로 활동했던 시절의 H.O.T. [사진 형지엘리트]

엘리트학생복 모델로 활동했던 시절의 H.O.T. [사진 형지엘리트]

 
국내 최장수 학생복 브랜드인 엘리트의 첫 이름은 ‘에리트(ELITE)’였다. 1969년 삼성그룹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리트학생복지사업부가 ‘에리트’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똑똑하고 유능한 학생을 일컫는 ‘엘리트(elite)’라는 단어에서 착안했다.  
 
 
삼성그룹은 72년 제일합섬(현 도레이케미칼)이라는 소재산업 기업을 설립하는데, 이때부터 에리트학생복지사업부는 제일합섬이 담당했다. 제일합섬은 97년 ㈜새한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2002년에는 ㈜새한이 교복 사업부를 분사해 ㈜에리트베이직이라는 법인을 세운다. ㈜에리트베이직은 학생들이 보다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도록 2004년 에리트라는 브랜드명을 ‘엘리트’로 변경한다. 2013년 패션그룹 형지가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했고, 2년 후에는 법인명을 ㈜형지엘리트로 변경한다. 50년 동안 똑같이 교복을 만들고 있지만, 이를 만드는 회사는 5번이나 바뀐 셈이다.
 

“교복도 패션이다” 신개념

 
엘리트 학생복이 처음 등장했을 땐 개성 있는 교복을 찾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70년대 전국 모든 학생은 비슷한 디자인의 교복을 입어야 했다. 주로 검정색·남색·흰색 등 무채색 위주로 디자인한 엇비슷한 교복이었다.
 
83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전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복자율화 조치를 시행했다. 82년의 통행금지해제·두발자유화에 이어 도입한 조치다. 이후 약 3년 동안 대부분의 학생은 교복 대신 사복을 입었다.  
 
교복 브랜드는 당대 유명한 아이돌을 모델로 선호한다. 2018~2019년 모델인 5인조 걸그룹 엘리스(ELRIS).[사진 형지엘리트]

교복 브랜드는 당대 유명한 아이돌을 모델로 선호한다. 2018~2019년 모델인 5인조 걸그룹 엘리스(ELRIS).[사진 형지엘리트]

 
하지만 정부는 86년 하반기 교복 착용 여부를 학교장 자율에 맡긴다. 사복을 입은 학생들이 탈선행위를 한다거나 고가의 사복을 구매하면서 가계 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교복 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엇비슷했던 교복에도 ‘패션’ 개념을 도입했다. 엘리트가 학생복 업계 최초로 자문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다양한 개성·스타일을 적용한 교복이 등장했다.
 
원조 아이돌 보이그룹 H.O.T와 젝스키스 등이 교복 모델로 등장한 것도 이 때다. 이들 90년대 인기 아이돌들은 엘리트 모델로 활동하면서 ‘루즈(loose·긴장이 풀린)한 힙합 스타일 교복’과 ‘비율을 살려주는 교복’ 등을 선보여 유행시켰다.
 
 

50년간 2500만명이 착용 

 
2000년대부터 학생들은 이른바 교복의 ‘핏(fit)’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보폭을 살짝만 넓혔다간 교복이 찢어질 것 같은, 짧고 꽉 끼는 교복 치마가 유행한 것도 이 시점이다. 유행에 따라 엘리트 학생복은 ‘내 몸에 잘 맞고 라인은 살려주는 교복’이라는 스타일을 제시했다.  
 
기능성도 강화했다. 과거 교복은 광목 소재로 만들어 땀에 젖으면 무겁게 늘어나고 쉽게 탈색했다. 엘리트 학생복는 오래 입어도 색상·모양이 유지되는 폴리에스테르·레이온 혼방 원단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또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 교복을 입는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착용감을 개선하기도 했다.
 
우주소녀는 2017~2018년 엘리트학생복 모델이었다. [사진 형지엘리트]

우주소녀는 2017~2018년 엘리트학생복 모델이었다. [사진 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에 따르면, 올해로 정확히 50년 동안 엘리트 학생복은 2500만명의 학생이 착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교복 시장의 21.8%를 점유한 엘리트 학생복은 이제 해외 교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패션 기업인 빠오시니아오 그룹과 합작법인(상해엘리트의류유한회사)을 설립하고 중국서 교복을 판다. 빠오시니아오 그룹의 계열사(보노·BONO) 유통망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교복 쇼핑몰(웨이상청)을 개점하는 등 현지화로 중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 교복 사업은 쏠쏠히 잘 되는 편이다. 형지엘리트는 2018년 중국 47개 도시에서 162억원 어치의 교복을 판매했고, 지난해에도 신규계약 80건, 175억원을 더 팔았다(8월 기준).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다양한 역대 엘리트 학생복 광고
 
1990년대 후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당대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 모델이었다. [사진 형지엘리트]

1990년대 후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당대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 모델이었다. [사진 형지엘리트]

1990년대 후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쫙 잘빠졌다'는 광고 카피를 사용했다. [사진 형지엘리트]

1990년대 후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쫙 잘빠졌다'는 광고 카피를 사용했다. [사진 형지엘리트]

2000년대 초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포스터. [사진 형지엘리트]

2000년대 초반 엘리트학생복 광고 모델 포스터. [사진 형지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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