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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딸 KT 채용 특혜는 'Yes'라면서 1심 무죄 판결 이유는

중앙일보 2020.01.18 07:00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뉴스1]

딸의 채용을 부탁하는 대가로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뇌물수수)이 이석채 전 KT 회장(뇌물공여)과 함께 17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 유력 인사들의 부정 채용을 직접 지시한 혐의로 다른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이 전 회장도 이날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파견근로직·정규직 모두 특혜 채용 맞다"

이날 1심 판결에 대해선 재판부가 "김 의원의 딸이 KT에 특혜 채용된 사실은 맞다"고 판단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이듬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됐는데, 두번의 채용 과정에 모두 김 의원이 특헤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약직 채용 당시 과정에 대해 “통상적인 채용 절차와 대비되는 김 의원 딸의 채용 과정과 증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김 의원이 서유열 전 KT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를 전달하며 파견계약직 채용을 청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실제 김 의원 딸이 담당한 업무에 비해 높은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은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다른 지원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여러 혜택을 제공받아 채용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딸도 자신이 공채 절차에서 특혜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딸 특혜 채용, 이석채가 지시한 정황 없어"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왜 무죄일까.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일단 주려는 쪽인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에게 뇌물(딸 채용 특혜)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직접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파견계약직 채용과 관련해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사용은 CEO(최고경영자)까지 보고 및 결재가 이뤄지는 정규직 채용과 달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부서 담당의 전결 사안인 것으로 보인다”며 “서 전 사장도 김 의원 딸의 계약직 채용과 관련해 '이 전 회장에게 보고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하는 만큼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이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는데 관여하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규직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입사지원서도 제출하지 않았던 김 의원의 딸을 이미 진행 중인 공채 절차에 포함시킨 것은 서 전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이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회사 관계자들이) 일치해 진술하고 있다”며 “실제로 2인자로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던 서 전 사장의 독자적인 지시로도 김 의원의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시키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물 준 게 인정되지 않으니, 받은 것도 인정 안 돼"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핵심 증거인 여의도 일식집 만찬 영수증을 취재진에 보여주고 있다. 영수증에는 2011년에 만찬이 있었다는 서유열 전 KT 사장의 주장과 달리 2009년 5월 14일에 결재된 것으로 나와 있다. [뉴스1]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핵심 증거인 여의도 일식집 만찬 영수증을 취재진에 보여주고 있다. 영수증에는 2011년에 만찬이 있었다는 서유열 전 KT 사장의 주장과 달리 2009년 5월 14일에 결재된 것으로 나와 있다. [뉴스1]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서 전 사장의 진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 서 전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깨진 것이 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서 전 사장은 "2011년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이 여의도 일식집에서 만난 뒤,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 측이 제시한 영수증에 나온 대로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에 회동이 있었다고 봤다.
 
2009년은 김 의원 딸이 취업준비생이 아닐 때다. 이 전 회장도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가 없을 때였다. 재판부는 “뇌물죄에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며 서 전 사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구속' 이석채 보석…항소심 달라지나 

서 전 사장의 증언에 따라 KT의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이 전 회장은 이날 보석이 허가돼 풀려났다. 2심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서 전 사장의 증언 신빙성이 김 의원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은 점이 이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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