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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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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강남은 두달 새 1억 껑충, 집값 대책이 전세 공급 부족 후폭풍

중앙일보 2020.01.18 05:10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입시제도 개편 외에 정부의 고가 주택 규제 후폭풍으로 전세시장 불안 우려가 크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입시제도 개편 외에 정부의 고가 주택 규제 후폭풍으로 전세시장 불안 우려가 크다.

본인의 서울 잠실 아파트를 전세 주고 강서구 마곡동에 전세로 사는 김모(50)씨. 김씨는 10여년 전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뒤 잠시도 거주한 적이 없고 줄곧 마곡에 살았다.
  

집값 겨냥한 양도세 강화
거주해야 세금 감면 많아
절세 위한 자가점유 늘고
인기지역 전세는 줄어

김씨는 전세 계약이 끝나는 올해 하반기에 잠실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나중에 팔 때 양도세를 줄이려면 거주하는 게 유리해서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으로 거주하지 않으면 양도세 감면이 줄어든다.
  
김씨는 “잠실에서 직장이 있는 여의도로 출퇴근하기 불편하겠지만 거주 여부에 따른 세금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잠실 집으로 들어가면 잠실 전셋집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다. 1주택자 양도세 강화의 파장이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 후폭풍이 전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집값 대책이 뜻밖으로 전세 물량 부족을 가져와 전세난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매물 잠김으로 시중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악순환이 전세시장에 나타나는 것이다.
  
3월 이후 1주택자도 거주하지 않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1주택자가 10억원에 산 강남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한 뒤 20억원에 파는 경우 아예 거주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 살았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지금의 절반인 40%로 양도세가 1억6500만원이다. 5년 거주하면 세금이 7000만원으로 뚝 떨어지고 보유기간 동안 모두 거주하면 2500만원으로 세금을 85%나 줄일 수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자기 소유의 집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이 42.8%다. 강남3구가 34~41%로 평균 이하다. 자기 집을 놔두고 다른 데 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강남 주택 매수자 중 외지인이 많아서다. 집값이 많이 오른 2017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같은 구에서 아파트를 산 비율이 서울 전체 46.3%였는데 강남구의 경우 43.7%였다.
  
김종필 세무사는 “거주기간에 따라 고가 아파트의 양도세 차이가 크기 때문에 거주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아도 전세로 나오는 집이 줄어들게 된다. 분양받은 무주택자가 입주해 1주택자가 된 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역시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17년 8·2대책 후 분양한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다. 8·2대책 후 분양 계약한 아파트는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1주택자 9억원 이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6월 말까지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배제에 따라 매물로 나오는 다주택자 주택도 전세시장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매수자가 들어가 살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민간택지 상한제 아파트는 세제 혜택에 상관없이 최대 5년까지 거주 의무가 뒤따를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민간택지 상한제 요건을 강화하며 현재 수도권 공공택지 공공분양에만 적용하는 거주의무를 모든 수도권 상한제 주택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거주 의무가 있으면 준공 후 60일 이내에 입주해야 한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전세시장에 불똥을 튄다.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사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1년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전세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이게 되레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주인이 미리 임대료를 올려서가 아니다. 임대 매물이 많다면 주인이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전셋집이 줄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집주인은 계약갱신청구권에 발목 잡혀 현재 2년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전셋집을 처분하거나 운용할 수 없게 된다. 임대주택 등록 메리트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장기간 임대할 경우 보유세 부담이 크다. 보유세를 줄이려 처분하거나 증여할 수 있다. 처분할 때 세입자가 없는 게 낫기 때문에 빈집 상태로 남겨놓을 수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학군 수요로 꿈틀댄 전셋값이 정부 규제의 역작용과 맞물려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셋값은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018년 이후 약세를 보이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 전세 거래가격이 지난해 11월 12억원에서 최근 13억원으로 두 달 새 1억원 뛰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0억원 이하였다.  
 
강남 등 주요 인기 지역에선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전세 실거래가격이 2017년 말 14억~15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억원대로 1억~2억원 올랐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도 지난해 말과 연초 계약한 전셋값이 12억~13억원으로 2년 전보다 1억~2억원 상승했다.  
 
전세시장 양극화도 우려된다. 인기 지역에선 전세 물량이 감소하며 전셋값이 오르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역전세난’이 깊어질 수 있다. 강남 이외에서 임대로 살던 사람이 강남 집으로 들어가면 떠난 지역의 전셋집이 늘어난다. 인기 지역 고가 아파트를 사 들어가거나 분양받은 무주택자가 입주해도 마찬가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에 눌려 한동안 잠잠하던 전셋값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전세 수급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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