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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팬들이 망원렌즈 들이댄다···‘王자 복근’ 씨름돌 손희찬

중앙일보 2020.01.18 05:00
흔히 씨름선수라 하면 방송인 강호동 같은 거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최근 모래판에서 빼어난 외모에 탄탄한 몸까지 갖춘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조상님들이 씨름 보는 이유를 알았다”, “이 좋은 걸 할아버지들만 봤단 말이야”라는 반응들도 이어지고 있다. 20~30대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씨름장 ‘직관(직접 관람)’을 하는 팬덤도 형성되고 있다.

 
손희찬(24, 증평군청) 선수는 올해로 실업팀 활동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와의 씨름대결에서 진것에 분해서 씨름을 시작했다. 현재 방영중인 KBS 주말 예능 '씨름에 희열'에도 출연중인 그는 지금의 관심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손희찬 선수가 지난달 30일 충북 증평군청 씨름연습장에서 샅바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24, 증평군청) 선수는 올해로 실업팀 활동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와의 씨름대결에서 진것에 분해서 씨름을 시작했다. 현재 방영중인 KBS 주말 예능 '씨름에 희열'에도 출연중인 그는 지금의 관심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손희찬 선수가 지난달 30일 충북 증평군청 씨름연습장에서 샅바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씨름의 열풍은 경량급으로 분류되는 금강(90kg 이하)·태백(80kg 이하) 급에서 시작됐다. 백두(140kg 이하)·한라(105kg 이하)급처럼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닌 다양한 기술로 역동적인 한판을 선사한다. 1~2초 만에 결정짓기도 하는 짜릿한 승부는 보는 이를 흥분하게 한다. 그 여세를 몰아 경량급 최강자를 뽑는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씨름의 희열’도 방영 중이다.  
 
흥행의 중심에는 ‘씨름돌(씨름+아이돌)’이라 불리는 손희찬(24·증평군청) 선수가 있다. 씨름의 희열에도 출연 중인 손희찬은 “꾸준히, 열심히, 참으면서”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며 태백장사를 향한 뒤집기를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친구에게 씨름으로 진 것이 시작이었다. “5남매 중 셋째라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강했어요” 당장 씨름부를 찾아갔지만, 감독은 30kg밖에 되지 않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오기가 생겼어요” 며칠을 따라다닌 끝에 입단을 허락받았다.  
손희찬 선수가 지난달 30일 충북 증평군청 씨름단 연습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가 지난달 30일 충북 증평군청 씨름단 연습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부모님도 설득해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합숙을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상도동에서 연신내까지 첫차를 타고 통학했다.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하셨대요. 1년쯤 지나 결국 허락하셨는데 그 믿음 때문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합숙생활은 엄했고 도망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씨름만 생각하면 너무 좋은데 힘든 훈련도 많았죠. 체중 늘리기도 쉽지 않았고요” 
 
올림픽도 못 나가는 비인기 종목을 왜 하고 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런 말 들으면 서운하기도 했지만, 저에겐 씨름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씨름은 민족 고유의 놀이이자, 무예이자, 스포츠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북 최초로 공동 등재도 되었잖아요” 씨름 명문 한림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8년 정읍시청에 입단했다. 지난해 말에는 증평군청으로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손희찬 선수가 박현욱 선수와의 연습에서 뒤집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가 박현욱 선수와의 연습에서 뒤집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왜 힘들게 씨름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모래판에 올라갑니다. 감독님과 부모님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응원 등. 그걸 이겨내는 게 선수의 몫이고, 상대방을 넘겼을 때 그 모든 부담감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음’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길 수도, 막판 뒤집기도 가능한 게 씨름이죠”  
훈련을 마친 증평군천 씨름 선수단이 연승철 감독(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훈련을 마친 증평군천 씨름 선수단이 연승철 감독(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상대방과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샅바를 잡는 순간부터 승부가 시작된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상대방과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샅바를 잡는 순간부터 승부가 시작된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은 주특기는 ‘앞무릎치기’와 ‘안다리’다. “앞무릎치기는 손기술 중에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기술입니다. 상대방에게 딱 붙어 돌려 넘어뜨리는데 몸을 많이 회전하면서 손, 허리, 머리의 동작을 순간적으로 일치시켜야 하죠” 안다리는 들배지기로 들어오는 선수를 상대할 때 주로 쓴다. “지난해 추석장사씨름대회 4강에서 안다리로 두 번 연속 이겼어요. 시합에서 잘 쓰는 기술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복근에 왕(王)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그의 몸은 탄탄하고 다부지다. 그저 보기 좋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힘의 기본바탕입니다. 중량으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순간적인 힘과 기술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새벽부터 이어지는 훈련일정을 마치고도 야간까지 개인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다. 취미도 운동이라고 했다. “쉬는 날 푹 자고 일어나 나머지 시간엔 운동합니다. 얼마 전엔 아는 형이 클럽 가자고 해서 따라갔더니 ‘헬스클럽’이었어요. 자정까지 운동했습니다”  
손희찬 선수는 경량급일수록 웨이트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충북 증편군청 체육센터에서 훈련중인 손희찬 선수.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경량급일수록 웨이트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충북 증편군청 체육센터에서 훈련중인 손희찬 선수. 장진영 기자

상대방에게 파고드는 '밑씨름' 스타일 탓에 손희찬 선수의 귀는 울퉁불퉁하게 변형됐다. 그는 이렇게 되버린 '만두귀'를 훈장처럼 여긴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상대방에게 파고드는 '밑씨름' 스타일 탓에 손희찬 선수의 귀는 울퉁불퉁하게 변형됐다. 그는 이렇게 되버린 '만두귀'를 훈장처럼 여긴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흔치 않은 ‘밑씨름’을 구사하기도 한다. 밑씨름은 몸을 최대한 낮춰 상대방에게 파고드는 자세다. 무게중심을 낮게 잡아야 손기술을 유리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파고들 때 날카로운 눈매가 더 빛난다. “열심히 파고들어서인지 오른쪽 귀가 많이 찌그러졌어요” 손희찬의 만두귀는 훈장이다. 실업팀 입단 초기, 실전에서 샅바와 어깨도 쉽게 내어주었다고 한다 “승부는 샅바 잡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그것부터가 시작인 건데 노련미가 부족했던 거죠. 샅바 내주면 제가 넘어갑니다. 이후론 절대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는 치열하고 독하게 성장해갔다. 
 
씨름의 희열도 그런 의미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했다.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선수들 샅바 한 번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발전할 기회라 생각합니다” 씨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사람에게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라고 알릴 기회잖아요. 저로 인해서 잠시라도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손희찬 선수는 상대방의 아래 틈을 파고드는 밑씨름을 구사한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상대방의 아래 틈을 파고드는 밑씨름을 구사한다. 장진영 기자

 
그는 최근 씨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중 없는 경기가 익숙했어요. 선수들 기합 소리만이 들렸었죠. 요즘은 대포만 한 망원렌즈를 들고 오시거나 선물과 편지도 주시는데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활기가 그저 ‘붐’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외모로 주목받는 인기는 한계가 있어요. 멋진 승부로 이 분위기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꼭 씨름경기장에 직접 와서 보기를 권했다. “관중석에 모래알이 날아갈 정도로 박진감이 넘쳐요.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까지도 선명하게 보이죠. 그 치열함을 짜릿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손희찬 선수는 바르게 생활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바르게 생활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선수는 최근 팬들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많이 받는데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사진 손희찬 인스타그램 캡처]

손희찬 선수는 최근 팬들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많이 받는데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사진 손희찬 인스타그램 캡처]

“모래판에 서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손희찬 씨름선수가 샅바를 잡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 씨름선수가 샅바를 잡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기엔 임할 땐 바른 자세만 생각한다고 했다. 예정된 전략은 없다고 했다. “씨름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상대 선수의 중심을 보고 공격해야 하고 내가 기술을 쓰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순식간에 판단을 내리면 몸이 먼저 반응하죠. 그래서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합니다” 경량급일수록 승부 시간이 찰나일 때가 많다. 그만큼 변수도 많다.  
초등학교 5학년 씨름을 시작한 손희찬 선수는 왜소한 체격탓에 체중을 늘리는 일도, 합숙생활도 힘들었지만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인내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초등학교 5학년 씨름을 시작한 손희찬 선수는 왜소한 체격탓에 체중을 늘리는 일도, 합숙생활도 힘들었지만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인내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손희찬은 오는 22일부터 충남 홍성에서 열리는 설날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참가한 대회들에서 준우승에 해당하는 1품에 2번 올랐기에 태백장사를 노려볼 만도 하다. “절대 강자가 없는 체급인지라 조만간 태백장사의 꿈은 꼭 이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기본에 충실한 선수,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 바르게 생활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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