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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창업자와 맞짱토론, 조직에 성공DNA 심다

중앙선데이 2020.01.18 00:25 670호 13면 지면보기

[최정혁의 월스트리트] 리더십 달 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가 지난해 5월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밀켄연구소 주최 국제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가 지난해 5월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밀켄연구소 주최 국제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공식 직함이 공동 회장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다. 7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CIO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선호하는 명칭은 회장도 CIO도 아닌 ‘멘토’다. 사내 직원은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그를 멘토라고 부르며 따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지난해 12월에는 ‘디디(Diddy)’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랩퍼 숀 콤스의 멘토가 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미 연예인과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둔 콤스가 롤모델인 달리오에게 더 높은 성공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멘토링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달리오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16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창업자라서일까. 아니면 187억 달러의 개인 자산을 보유한 세계 57위의 억만장자(2020년 1월 기준, 포브스)라서일까. 정답은 그가 열정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자신의 성공 방정식인 ‘원칙’에 들어 있다.
 

1600억 달러 최대 헤지펀드 운용
실패 경험, 오만 버리고 겸손 터득
의사결정 원칙·투자 공식 만들어

회의 90% 이상 녹화해 열람 가능
직원들 끝장 토론, 서로 평가 공개

높은 평가 받은 직원의 투표에
신뢰도 가중치 줘 차등 의사 결정

달리오가 45년 투자·경영 경험에서 터득한 깨달음을 녹여낸 것이 ‘원칙’이다. 실수와 약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숙고하고 배움을 얻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겸손하게 다른 사람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데 있다. 요즘처럼 ‘스웨그(Swag, 뽐내기)’가 만연한 시대에 자신을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달리오가 제시하는 방법이 특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칙’이 생겨난 계기도 달리오가 경험한 처참한 실패였다. 1980년대 초 중남미 부채위기를 정확히 예견해 이름을 널리 알린 달리오가 뒤이은 경제·주가 예측은 틀려 고객 돈은 물론 자신의 돈까지 모두 잃은 투자 참극이었다. 브리지워터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8명을 모두 내보내야 했고, 생활비가 없어 아버지에게 4000달러를 빌릴 지경에 처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달리오가 내린 실패에 대한 처방은 명확했다. ‘겸손’이었다. 부채위기를 맞힌 후 언론은 물론 의회에까지 출석해 “절대 확실” 하다며 경제 침체와 주가 폭락을 외쳤던 오만함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때부터 ‘투자 의사결정 규칙’ 즉 ‘투자 공식’을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다. 경제·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단하게는 경제지표와 금리, 환율의 상관관계 같은 것부터 시작해 더 복잡한 공식도 추가하며 투자 의사결정의 주춧돌로 삼았다. 이렇게 시작된 투자 공식은 투자 원칙으로 발전했고 이는 지금의 ‘원칙’이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달리오가 자신의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한 최고의 결과물이 브리지워터의 조직 문화 ‘아이디어 성과주의’다. 항상 최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문화라는 뜻이다.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우선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가 표출돼야 하고 아이디어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극도의 진실’과 ‘극도의 투명함’이 중요하다.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남에게도 관대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안일한 사고를 깨기 위해서다. 자신의 자아를 방어하고 타인의 자아도 지켜주려는 보호 본능을 누그러뜨려 솔직한 생각을 표현하도록 해서 집단 지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달리오는 그의 ‘원칙’에 극도의 진실함과 투명함의 목적은 탁월한 성과를 거둬 과실을 함께 나누는 데 있는 것이지 직원 개인에 대한 주관적 개입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음의 세 장면으로 브리지워터의 조직 문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 아이패드 입력
 
미국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에 자리한 브리지워터의 회의실에서 주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창업자 달리오를 중심으로 50여 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둘러앉아 있다. 주제는 주간 경제지표·이벤트와 금융시장 움직임.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담당자의 발표와 함께 끝장 토론이 벌어진다. 토론 중에도 참석자들은 각자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서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하고 있다.
 
#2. 의사 결정
 
같은 회의가 마무리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음 달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을 놓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친다. 잠시 후 표결의 결과가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다. 그런데 결과가 두 가지다. 첫 번째 결과는 전체 참가자의 77%가 금리 인하를, 23%는 동결을 예상했다. 두 번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19%가 금리 인하를, 81%는 동결을 예상했다. 이 표결의 공식 결론은 두 번째 결과인 동결로 결정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3. 부하 직원의 비판
 
동영상으로 녹화된 2011년 어느 날의 회의 장면이다. 부시 대통령 시절 법무부 차관을 지냈고 군수회사 록히드마틴에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시 브리지워터 최고법률책임자 제임스 코미가 25세의 부하 직원과 대화 중이다. 부하 직원은 코미의 말이 논리가 부족하다며 계속 되묻는다. 코미는 화난 기색이 역력하다. 급기야 “이 어린 친구야,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라고 하며 언성을 높인다.
 
먼저 첫 번째 장면이다. 각자의 아이패드에는 브리지워터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Dot Collector’가 깔려 있다. 이 앱에는 모든 참석자의 사진과 이름, 그리고 평가표가 나와 있고 실시간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참가자의 말 한마디와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한 결과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즉각 공개된다. 이 평가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새파란 신입사원이 71세 창업자 달리오에게 최저점을 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두 번째 장면은 ‘신뢰도 가중치’를 감안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의사결정 내용과 관련해서 높은 평가를 받은 직원의 투표에는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에 비해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표결의 첫 번째 결과는 일반적인 1인 1표제의 결과인 반면, 두 번째 결과는 실력(신뢰도)에 따른 ‘차등의결권’이 적용된 결과다. 신뢰도 가중치는 민주주의를 초월해 실력을 고려하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장면의 익숙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해 유명해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다. 브리지워터에서는 직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진실하게 얘기하고, 동시에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자아 보호 본능 때문에 쉽지 않아 문화적 충격을 받기 쉽다. 신입사원의 30%가 입사 후 18개월 이내에 회사를 떠난다는 통계치가 이를 방증한다. 또 브리지워터에서는 전체 회의의 90% 이상이 녹화돼 기록으로 남는다. 게다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모든 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 투명함의 민주화도 추구한다.
 
그렇다면 브리지워터의 투자와 경영의 미래에 대한 달리오의 복안은 무엇일까. 달리오가 종종 얘기하는 “모든 ‘원칙’을 알고리즘화 한다”는 데 답이 있다.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존하는 순수 퀀트펀드와는 다르지만, 브리지워터의 투자 결정 과정, 특히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 분석은 이미 알고리즘화된 투자 원칙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경영의 영역에서도 상당 부문 진행됐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그가 지향하는 것은 자신의 성공 DNA를 브리지워터에 심어 영구히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다. 결국 브리지워터의 회의실에는 달리오를 복제한 인공지능(AI)만 남는 게 아닐까.
 
“우주보다 바다” 해양탐사 조직 만들고 낚시·활 사냥 즐겨
레이 달리오의 취미는 낚시와 사냥이다. 캐나다에서 연어 낚시를 하고, 스코틀랜드에서는 꿩 사냥을 하고, 아프리카에서는 물소·멧돼지 사냥을 한다. 흥미로운 건 활 사냥을 즐긴다는 점이다. 활 사냥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나운 동물을 활로 잡으려면 접근하기 위한 동선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이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냥이던 투자던 ‘원칙’을 세우고 대상을 정확히 파악해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최근 바다에 심취해 있다. 2018년 아들과 함께 해양 탐사 이니셔티브 ‘Ocean X’를 조직해 숨겨져 있던 바다의 가치를 찾아 나섰다.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도 동참했다. 우주에 심취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는 다른 행보다. 우주가 아닌 바다를 택한 이유는 하나다.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당장 우주보다는 바다에서 얻어낼 게 훨씬 더 많다는 투자 전문가다운 생각이다.

레이 달리오(Ray Dalio)
1949년생으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공동 회장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MBA 출신이다. 개인 자산은 187억 달러(2020년 1월 기준, 포브스)로 미국 내 26위, 세계 57위다.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jung-hyuck.choy@sejong.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유비에스, 크레디트 스위스, 씨티그룹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세종대 경영학부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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