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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세금 24% 줄었는데, 판매가 ‘거품’ 언제 빠지나

중앙선데이 2020.01.18 00:21 670호 14면 지면보기
지난 1일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 역차별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낸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종가세는 ‘가격(출고원가·수입가)’을 기준으로, 종량세는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긴다. 맥주 업계에서는 종가세 부과 때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포함된 ‘출고원가’였다. 이와 달리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은 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입 신고가’였다. ‘맥주 4캔에 1만원’ 마케팅이 수입 맥주의 전유물이었던 배경이다.
  

주세, 종가세서 종량세로 바뀌어
부가세 포함 1L당 415원 줄어들어

클라우드 등 출고가 인하했지만
마트·편의점 재고 탓 가격 그대로
한 달여 뒤 ‘4캔에 1만원’ 가능할듯

작년 종량세 대비 출고가 올린 곳도
 
이번 세제 개편으로 국내 맥주회사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생겼다. 그동안 국산 맥주에는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출고가 전체에 세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종량세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세금 부담이 사라졌다. 특히 용기 제조비가 비싸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던 캔맥주의 출고가 인하가 힘을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캔맥주는 지난해까지 1L당 1121원의 주세를 냈지만, 올해부터는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L당 830원만 내면 된다. 주세에 교육세·부가가치세를 더한 세 부담 역시 종량세 전환으로 1L당 1758원에서 1343원으로 23.6%(415원) 줄었다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맥주값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맥주회사가 출고가를 내렸지만, 편의점을 비롯한 최종 판매처에서는 가격 인하가 반영되지 않아서다. 예컨대 롯데주류는 지난 2일 500ml짜리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를 1880원에서 1565원으로 내렸지만, 대형마트·편의점의 소비자 판매가는 여전히 2950원으로 나타났다. 출고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떨어진 피츠의 판매가도 제자리였다. 서울시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일부 제품 출고가가 내렸지만 아직 판매가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재고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재고를 다 소진한 후 출고가 인하에 따른 영향을 검토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길게는 한달가량 현재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판매가를 내려도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맥주회사의 출고가 인하가 1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5월 클라우드를 비롯한 주요 제품 출고가를 5.3% 올렸다. 올해 종량세 시행으로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를 1308원으로 낮췄지만, 지난해 인상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주세법 개정안을 미리 반영하겠다며 지난해 10월 카스의 출고가를 평균 4.7% 내렸다. 그러나 이보다 6개월 전인 4월에 카스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시행 후 주세가 내려가면 여론을 고려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올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롯데주류와 달리 하이트진로는 출고가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롯데주류와 달리 지난해 출고가를 올리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종량세 시행에 따라 병맥주와 생맥주 가격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제 개편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건 국산 캔맥주뿐이다. 병·페트·케그(생맥주를 담는 용기)에 적용되는 세금은 1L당 각각 23원, 39원, 445원 올라간다. 종가세 체계에서는 제조원가가 저렴해 유리했지만, 종량세는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캔맥주 출고가는 내려도 병·페트·케그 맥주 출고가는 올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맥주 3사가 파는 맥주 중 병맥주는 41%, 캔맥주는 27%, 케그맥주는 15.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2일 500ml 병 기준 클라우드 출고가를 1383원에서 1308원으로 내리는 한편 피츠 출고가는 1147원에서 1186원으로 올렸다. 케그(20L기준)도 클라우드는 3만7000원에서 3만8108원으로, 피츠는 3만430원에서 3만4714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병·생맥주 세금은 늘어 가격 오를듯
 
국내 수제맥주 가격은 내릴 여지가 크다. 수제맥주를 제조·판매해온 국내 소규모 양조장은 원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납부해왔다. 종량세 시행 후에는 이런 부담을 덜어 출고가 인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카브루는 500ml 캔맥주의 출고가를 2700원에서 2200원으로 약 20% 내린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L 생맥주 케그의 출고가를 15~30% 낮췄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관계자는 “종량세 체계에서 소비자 가격은 1000원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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