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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빌딩 미디어 파사드, 거대 쌀알…작품으로 대만의 존재감 드러내다

중앙선데이 2020.01.18 00:20 670호 19면 지면보기

제2회 타이베이 당다이 국제아트페어 가보니 

왈라세 팅의 ‘투 걸즈 가십핑’(1990s). [사진 Taipei Dangdai]

왈라세 팅의 ‘투 걸즈 가십핑’(1990s). [사진 Taipei Dangdai]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터인 아트페어는 예술과 돈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종합예술이다. 작가마다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개성과 기량으로 한껏 뽐낸 예술 작품에서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16일 오후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VIP 오프닝으로 시작된 제2회 타이베이 당다이 국제아트페어(Taipei Dangdai·台北 當代·17~19일)는 그런 에너지를 즐기려는 열혈 미술 애호가들로 가득했다.
 

대만 작가들 역량 보여준 자리
유명 아티스트 신작 속속 선봬

작가 한 명씩 훑는 ‘솔로’ 눈길
아이웨이웨이 등 설치작품 화제

지난해 출범한 타이베이 당다이는 첫 해에 2만 8000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아트 홍콩(2007~2012)과 아트바젤 홍콩(2012~2014)을 성공시킨 ‘아트페어 메이커’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는 중국어가 능통한 현대미술 전문가 로빈 펙햄(Robin Peckham)을 공동 감독으로 끌어들여 페어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참여 갤러리는 지난해 90개에서 올해 99개로 늘었는데, 가고시안·화이트 큐브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유명 작가들의 신작과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을 대거 선보여 주최측의 ‘물관리’가 성공적임을 느끼게 했다. 한국에서는 국제·아라리오·조현·박영덕화랑·원앤제이·휫슬 등 6곳이 참가했다.
 
이시다 테츠야의 ‘카고’(1996). [사진 Taipei Dangdai]

이시다 테츠야의 ‘카고’(1996). [사진 Taipei Dangdai]

# 대만 예술가 본격 소개=대만에서 발간된 1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은 “지난 6개월 간 정치적 불안에 시달려온 ‘올드 라이벌’ 홍콩을 대신해 대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때”라고 행사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101 빌딩 벽면을 이번 행사를 기념해 화려하게 장식한 대만 작가 마이클 린의 미디어 파사드는 그런 각오를 만방에 알리려는 듯 했다.
 
타이베이 TKG+ 갤러리의 바람벽은 초우 위쳉의 거대한 쌀알들로 가득했다. 이치 모던 갤러리를 통해 나온 힐로 첸은 동그란 눈동자의 무표정한 인물을 그린 초기작과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최근작을 같이 내놔 작품의 변천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힐로 첸의 ‘자화상과 거울’(1969). [사진 Taipei Dangdai]

힐로 첸의 ‘자화상과 거울’(1969). [사진 Taipei Dangdai]

# 저명 작가들 신작 줄이어=2019 호암상 예술부분을 수상한 작가 이불은 아크릴에 자개를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 ‘Perdu XXX’(2019)를 리만 머핀을 통해 선보였다. “조각을 평면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리만 머핀 서울 엠마 손 디렉터의 설명이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하며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강서경은 춘앵무의 화문석을 현대적으로 번안한 ‘자리’ 연작 ‘Mat 55 x 40 #19-09’(2019) 두 점을 국제갤러리를 통해 내놨는데, 이날 바로 완판됐다.
 
올해 91살인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는 금색창연한 ‘빛나는 호박’(2019)을 내놨고, 수정 구슬 사슴으로 유명한 코헤이 나와는 반짝이는 검은 모래 느낌의 새 시리즈 ‘Swell’(2019)을 아라리오 갤러리를 통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수닐 가우데의 ‘아직 살아있네-ll’(2016/17). [사진 Taipei Dangdai]

수닐 가우데의 ‘아직 살아있네-ll’(2016/17). [사진 Taipei Dangdai]

# 젊은 작가들의 약진=한 갤러리가 한 명의 작가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솔로(Solos)’와 잠재력 있는 신생 갤러리를 소개하는 ‘영 갤러리(Young Galleries)’ 섹터는 색다른 볼거리였다.
 
도쿄에 있는 와다 파인아트는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는 청춘의 고민과 고단함을 보여주는 이시다 데츠야의 작품을 실제 자취방처럼 꾸민 공간에 배치해 생생함을 더했다. 끈으로 묶은 짐짝이나 폐타이어로 형상화된 젊은이들의 슬픈 표정은 이미 국경을 초월한 문제로 보였다.
 
타이베이의 더블 스퀘어 갤러리는 수닐 가우데 작가의 유머러스한 코끼리 시리즈를 전시했다. 달걀 위에 올라있는 코끼리, 저울 위에서 깃털 보다 더 가벼운 코끼리를 형상화한 모습은 관람객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아이 웨이웨이의 ‘로 오브 더 저니’(2016). [사진 Taipei Dangdai]

아이 웨이웨이의 ‘로 오브 더 저니’(2016). [사진 Taipei Dangdai]

# 대형 설치물로 볼거리 사진거리=평면 회화가 비교적 많이 등장한 가운데 전시장 곳곳에 대형 설치물을 마련해 관람에 액센트를 준 것이 돋보였다.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의 ‘로 오브 더 저니(Law of the Journey)’(2016)가 대표적이다. 보트에 타고 침투 작전을 벌이는 완전 군장 차림의 특공대를 검정 플라스틱으로 구현한 작품은 각종 무기가 그려진 고대 이집트 벽화풍 블랙앤화이트 벽지와 어우러지며 알 수 없는 비장미를 선사한다.
 
심술궂은 표정의 소녀 그림으로 인기 높은 일본의 요시토모 나라는 소녀의 두상을 가로세로높이가 150cm에 달하는 커다란 브론즈로 만들었다. 이영주 페이스 서울 디렉터는 “요시토모 나라는 클레이 작업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선보인 브론즈 작품 ‘루시’(2012)는 대만의 한 기업에 방금 팔렸다”고 귀띔했다.
 
공동감독 매그너스 렌프루·펙햄 “아시아 미술시장 곧 주류될 것”
매그너스 렌프루(왼쪽)와 로빈 펙햄.

매그너스 렌프루(왼쪽)와 로빈 펙햄.

VIP 오프닝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감사한 일이다. 대만은 물론 일본, 한국 등 아시아에서 예상보다 많은 컬렉터가 와주셨다.
 
3번째 아트페어다. ‘아트페어 메이커’로서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좋은 아트페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 스킬보다 팀의 단합된 역량이 중요하다. 아트 워크와 갤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클라이언트의 니즈, 프로모션 캠페인, 지속적인 스폰서십도 모두 챙겨야한다. 이걸 다 혼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강점은 내 훌륭한 팀이다.
 
팀원은 몇 명인가.
타이베이 오피스에는 6명 정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확 늘어난다. 숙련된 전문가들로 꾸린다. 코어팀은 10명 정도다.
 
아시아 각국의 미술 관계자를 만나느라 바쁘겠다.
지금 홍콩에 살고 있는데, 출장이 아주 많다. 일 년에 200일 정도는 하늘에서 보내는 것 같다.
 
홍콩과의 차별화는 어떻게 했나.
타이완은 홍콩과는 다른 시장이다. 내수 시장이 단단하게 형성돼 있다. 아주 강한 컬렉터 베이스 시장이라 연구가 필요했다. 마침 로빈은 중국어가 아주 유창해서 큰 도움이 됐다.  
 
로빈은 미국에서 미디어를 전공하고 15년 전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 문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을 두루 다니며 중국어를 공부하고 현대미술을 연구했다.
 
지난해보다 갤러리가 9개 늘었다. 너무 많으면 보다가 지치는데, 규모가 적당한 것 같다.
지난해 관객 반응을 보니 즐기기에 좋은 규모라는 말이 많았다. 시장이 발전하면 규모도 커져야겠지만, 규모만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질 관리는 어떻게 하나.
각계 전문가로 선정된 커미티가 있다. 치열하게 토론을 해서 좋은 아티스트와 믿을만한 갤러리를 골라낸다. 이번에 젊은 작가들을 위한 코너를 많이 마련했는데, 잠재력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계속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빨라서 곧 메인 스트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이베이=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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