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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맹신 벗어나야 똑똑해진다

중앙선데이 2020.01.18 00:20 670호 21면 지면보기
지능의 함정

지능의 함정

지능의 함정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지능·지식·지혜를 모두 갖춘 3관왕은 흔하지 않다. 셋 중 하나만 갖춰도 성공이나 행복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식자우환(識字憂患)의 희생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머리 좋은 바보들이 있다. 『지능의 함정』은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에 대답한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문학과 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총동원했다. 3년간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저자가 인용하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IQ가 높은 사람은 술을 더 많이 마시는 성향이 있고, 흡연이나 불법 마약을 할 가능성도 더 높다. 주택 담보 대출금 미상환, 파산, 카드빚 같은 재정 문제에 부딪힐 확률도 높다. 사기에도 잘 걸려든다. ‘헛똑똑이’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식구, 주변 사람들, 조직까지 위태롭게 한다.
 
이유가 뭘까. 1부 ‘지능의 허점’에서 지능에 대한 지난 100여 년의 연구를 점검한 저자는 IQ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합리성과 지능의 상관관계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것. 또 IQ가 의사결정의 핵심인 비판적 사고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IQ가 높은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전문가 함정’, 과도한 자신감,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 지적인 게으름 등도 지목한다.
 
『지능의 함정』의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영매·유령·요정을 믿는 사람들도 ‘지능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화가 아우구스트 말름스트룀(1829~1901)이 그린 ‘춤추는 요정들(1866)’의 일부. [사진 스웨덴 국립미술관]

『지능의 함정』의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영매·유령·요정을 믿는 사람들도 ‘지능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화가 아우구스트 말름스트룀(1829~1901)이 그린 ‘춤추는 요정들(1866)’의 일부. [사진 스웨덴 국립미술관]

저자는 IQ 함정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증거 기반 지혜(evidence-based wisdom)’를 소개한다. 통념을 의심하고 관련 증거를 모두 고려해 지능을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다. 탈출의 길은 가까운 곳에도 있다. 명상·겸손·호기심, 역지사지(易地思之), ‘나와 거리 두기(self-distancing)’ ‘정신 시간 여행(mental time travel, 1주일, 1달, 1년 후 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의 결정을 살펴보기)’과 같은 것들이 효과가 있다고 현대 연구들이 밝히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단체가 멍청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책의 4부 ‘군중의 어리석음과 지혜: 팀과 조직은 어떻게 지능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연방수사국(FBI), 노키아 등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부정적인 사례로 드는 대표적인 인물은 ‘셜록 홈스’라는 기념비적 인물을 창조한 코넌 도일(1859~1930)이다. 코넌 도일은 유령과 요정의 존재를 믿었다는 것. 반면 긍정적인 인물로는 소크라테스와 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받은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을 꼽았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 재판에 대해 알게 된 프랭클린은 소크라테스의 ‘겸손한 질문법’에 감동을 하였다. 프랭클린은  ‘틀림없이’ ‘의심할 바 없이’처럼 확신에 찬 말투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지능의 함정』은 실은 의사결정을 다뤘다. 지능·지식·지혜를 모두 활용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모든 정책결정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책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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