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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생결단 총선 경쟁, 누구를 위한 것인가

중앙선데이 2020.01.18 00:20 670호 30면 지면보기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16일)이 지나면서 4·15 총선 경쟁이 불붙고 있다. 여권의 총동원령으로 공직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과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게 두드러진 양상이다. 마치 ‘총선 승리’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듯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여야, 퍼주기 아니면 과거회귀 공약
경제 회생시킬 미래비전·공약 실종
유권자의 예리한 판단·심판이 절실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민주당 예비후보(16일 기준, 367명)중  3분의 1이 중앙부처의 장·차관, 청와대 참모,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부 출신이다. 올해처럼 공직자들이 줄사표를 내고 무더기로 출마 붐을 일으킨 전례는 찾기 힘들다.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은 임명 7개월만인 지난 연말 ‘타다’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에 사표를 냈다. ‘타다’ 이슈를 총괄하는 공복이 일을 팽개쳐 둔 채 사퇴한 것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퇴임한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임명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결국 임기도 채우지 않고 총선 행을 택해 또 한번 국민을 우롱한 셈이 됐다. ‘공직이 총선 출마를 위한 스펙쌓기용이냐’ ‘국민 세금으로 녹을 받으며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가장 몰염치한 행태는 수사 대상자들의 줄이은 출마 강행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된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은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인데도 출마를 강행 중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역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 무마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에 뜻이 있더라도 수사 대상에 오르면 뜻을 접고 성찰하는게 순리이고 공직자의 도리다. 그런데 되레 검찰을 비난하며 금배지를 달겠다고 나서니 ‘꼼수 출마’란 비판을 받는 것이다.
 
여야 각당의 공약과 인재 영입 경쟁 기싸움도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데이터 0원 시대’를 내놓았다. 무료 와이파이를 구축, 조국 사태로 이반한 2030세대의 표심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당장 480억원, 앞으로 매년 2600억~27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공짜’ 공약을 집권당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피할 길 없다.  
 
정의당은 만 20세 되는 청년들에게 3000만원의 출발자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9~29세 청년 1인 가구에 3년간 월 20만원의 주거지원 수당을 지급한다는 2호 공약을 추가했다. 줄잡아 한해 20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부모 찬스가 없으면 사회 찬스라도 써야 한다”(심상정 대표)는 달콤한 레토릭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유감이다. 경제 성장이나 재정 확충 계획은 외면한 채 현금 살포로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폐기, 공수처·분양가상한제 폐지등의 공약을 내놨다. 헝클어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이 역시 보다 대안적인 미래 구상과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한국은 저성장, 경제 활력 저하, 저출산과 청년 실업 절벽등 총체적 난제에 빠져 꼼짝 못하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다.  
 
그런데도 이를 돌파할 미래지향적 정책은 안 보이고 퍼주기 아니면 과거 회귀식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집권을 위한 선거의 승리다. 그러나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 승리가 무슨 소용인가. 4월 총선이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의 포퓰리즘 대결장으로 흐른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는 더욱 깊은 늪으로 가라앉을지 모른다. 결국 유권자에게 달렸다. 포퓰리즘과 미래 비전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예리한 관심, 서슬퍼런 심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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