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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주세 변동에도 끄떡 않는 맥주값

중앙일보 2020.01.18 00:03
출고가 1년전으로 돌아가는 셈... 병맥주, 생맥주 가격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도
 

종량세 앞두고 출고가 인상 결국 또이또이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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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붙는 세금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종가세는 ‘가격(출고원가·수입가)’을 기준으로, 종량세는 술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국내 맥주회사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제조원가가 비싸 세금을 많이 내야 했던 캔맥주의 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국산 캔맥주 주세는 24%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맥주값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출고 가격 인하가 판매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량세에 따라 병맥주와 생맥주 가격이 오히려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종량세는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과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낸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종가세 하에서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세금 기준인 ‘과세 표준’이 달라 국산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실제 국산맥주의 과세 표준은 제조원가, 판매관리비에 기업이윤까지 포함된 ‘출고원가’인데 반해 수입맥주의 과세 표준은 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였다. ‘맥주 4캔에 1만원’ 마케팅이 수입맥주의 전유물이었던 이유다.
 
 

주세 인하 전 사들인 재고 털어야 소비자가에 반영

세제 개편으로 국산맥주는 가격경쟁력을 얻게 됐다. 종량세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세금 부과도 사라졌다. 그동안 국산맥주에는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출고가 전체에 세금이 부과됐다. 특히 용기 제조비가 높아 세금이 많았던 캔맥주의 출고가 인하가 힘을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캔맥주는 지난해까지 1ℓ당 1121원의 주세를 냈지만 올해부터는 1ℓ당 830원의 주세를 내면 된다. 주세에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더한 총 세부담 역시 종량세 전환으로 1ℓ당 1758원에서 1343원으로 23.6%(415원) 낮아진다는 게 관세청의 분석이다.
 
그러나 시중 가격, 그러니까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비자 가격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맥주업체가 종량세 적용으로 맥주 출고가를 내렸지만, 최종판매처나 편의점에서는 내려간 만큼 가격 인하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롯데주류는 지난 1월 2일 500㎖짜리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격을 1880원에서 1565원으로 내렸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의 소비자 판매가는 여전히 2950원에 책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90원에서 1467원으로 223원(13%) 출고가가 내려간 피츠의 판매가도 제자리다. 서울시 중구 한 편의점 점주는 “일부 제품 출고가가 내렸지만 아직 판매가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나 편의점은 재고를 다 소진한 후 출고가 인하에 따른 영향을 검토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판매처의 재고 보유 상황에 따라 변동이 이뤄져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기까지는 최대 한 달 정도 소요될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 전에 들여온 재고를 다 판매한 후 인하 가격을 고려해야한다. 빨라도 2주 이상 현재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며 “롯데주류가 출고가를 인하한 클라우드와 피츠 캔은 3~4%정도 저렴하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종량세 도입 선제조처’를 들며 출고가 4.7%를 인하한 오비맥주 카스는 GS25 등 편의점 판매가 기준으로 500㎖ 캔이 2850원에서 2700원으로 150원 내렸다.
 
다만 유통·소매점이 판매가를 인하해도 소비자의 가격 인하 체감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맥주업체의 출고가 인하가 1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5월 클라우드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5.3% 올렸다. 올해 종량세 시행으로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를 1308원으로 낮추었지만, 지난해 인상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주세법 개정안을 선반영하겠다며 지난해 10월 대표 브랜드 카스의 전 제품 출고가를 평균 4.7% 낮췄다. 그러나 6개월 전인 4월 카스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원상복귀다. 결국 이번 종량세 시행으로 출고가가 낮아지고, 추후 판매가가 떨어진다 해도 지난해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맥주업체들이 주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출고가를 인상한 터라 최근의 출고가 인하가 눈속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시행 후 주세가 내려가면 여론을 고려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 롯데주류와 함께 국내 3대 맥주업체인 하이트진로는 현재 출고가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오비맥주와 롯데주류가 지난해 4월과 5월 각각 맥주 출고가 인상 선제적 조치에 나설 동안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제맥주 가격 인하가 그나마 위안

이런 가운데 되레 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종전 종가세를 적용할 때보다 세금이 싸지는 건 국산 캔맥주 뿐이다. 병·페트·케그(생맥주를 담는 용기)에 들어가는 맥주의 세금은 1ℓ당 각각 23원, 39원, 445원 올라간다. 제조원가가 저렴해 종가세에서 유리했지만, 양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어디에 담느냐는 관계가 없다. 맥주업체는 캔맥주 세금이 줄었다고 출고가를 낮추는 동시에 병이나 생맥주(케그) 등은 세금 인상에 맞춰 출고가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맥주업체 3사가 파는 맥주 중 캔맥주 비중은 27% 수준이다.
 
세금 인상에 따라 출고가가 올라가면 도매상이나 음식점들은 이윤을 더 붙여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국내 맥주 3사 기준으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병맥주(41%)나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소비가 중심인 케그맥주(15.7%)의 소비자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1월 2일 500㎖ 병 기준 클라우드 출고가를 1383원에서 1308원으로 내리는 반면, 피츠 출고가를 1147원에서 1186원으로 올렸다. 케그(20ℓ 기준)도 클라우드는 3만7000원에서 3만8108원으로, 피츠는 3만430원에서 3만4714원으로 인상키로 정했다. 전체적으로 출고가가 상승한 것이다.
 
국내 수제맥주 가격은 떨어진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꺼리다. 수제맥주를 제조·판매해 온 국내 소규모 양조장은 맥주를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높아 제품의 원가가 높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납부해 왔다. 종량세 전환 후 이런 부담이 덜어지자 수제맥주업계는 잇달아 출고가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제맥주 업체인 카브루는 500㎖ 캔맥주의 출고가를 기존 2700원에서 2200원으로 20% 내렸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ℓ 생맥주 케그의 출고가를 15~30% 낮췄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관계자는 “종량세 하에서 소비자 가격은 1000원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질적 인하는 수제맥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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