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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세월호 사건 1700억대 책임…정부, 구상금 소송 첫 승소

중앙일보 2020.01.17 16:15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곳곳에 참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곳곳에 참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1700억원 상당의 구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소송은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가 인정된 첫 소송이다. 유 전 회장의 세 자녀 유섬나(54), 유상나(52), 유혁기(48)씨는 각각 500억원대의 구상금을 부담하게 됐다. 장남 유대균(49)씨는 상속 포기 효력이 인정돼 구상금 책임은 지지 않게 됐다.  
 
정부는 4ㆍ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에 근거해 피해 수습에 들어간 4200억원 상당을 유 전 회장 일가 등에 청구하는 소송을 2015년 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이동연)는 정부 청구 금액 중 3723억을 구상금으로 인정하고 유 전 회장 일가의 책임을 70%, 정부의 책임을 25%, 세월호 고박을 담당한 회사 책임을 5%로 산정한다고 밝혔다.  
 

유병언, 세월호 ‘원인 제공자’ …자녀가 책임 상속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가 2018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가 2018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제공자’임을 인정했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주요 경영상황을 보고받고 세월호 도입 및 증·개축 과정을 승인했다.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에 장기간 화물을 과적하고 부실하게 고박한 채 운항을 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못한 책임도 유 전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  
 
다만 유 전 회장이 2014년 사망해 그 책임은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법원은 인정된 구상금 3723억의 70%인 2606억원을 섬나ㆍ상나ㆍ혁기씨가 1/3씩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제반 공제 금액 등을 빼고 계산하면 섬나씨가 571억원, 상나씨가 572억원, 혁기씨가 557억원을 구상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 ‘재난 책임 의무’…25% 책임 인정

다만 법원은 정부 역시 재난 책임자로 모든 비용을 유 전 일가에게서 받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헌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 의무가 있다“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 전부를 유 전 회장에게 구상하면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를 전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구상금 청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했다. 법원은 ▶수색ㆍ구조를 위한 유류비 ▶조명탄비 ▶민간잠수사 인건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및 장례비와 치료비는 3723억원의 구상금 범위에 포함했다. 반면 ▶국정조사와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등 국가 작용 비용 ▶공무원들의 각종 수당 ▶사무용품 및 일반물품 구매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몫으로 봐 구상권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분향소 운영비용과 추모사업 관련 비용 역시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국가의 애도 내지 예우이므로 구상금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하는 게 상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25%로 산정했다. 사고 당시 하선유도 조치를 소홀히 한 해경123정장은 공무원이고, 한국해운조합 및 운항관리자는 국가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므로 이들의 과실은 국가의 과실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나머지 5%의 구상금은 당시 세월호에 화물을 부실하게 고박한 회사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추가소송은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이번 사건의 청구는 일부 청구에 불과하고 판결에 따라 그 이후 지출된 수많은 비용에 대해 추가 청구가 예상된다“고 추후 구상금이 늘어날 수 있음을 말했다. 앞서 정부가 유대균씨에게 청구한 430억 원대 구상금 소송은 지난해 2월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한 구상금 소송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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