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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같은 검사로 안본다"…이성윤 5일만에 리더십 위기

중앙일보 2020.01.17 15:53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단에 오르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단에 오르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성윤(58·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5일만에 리더쉽의 위기를 맞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의 실무 지휘자인 송경호(50·연수원 29기) 중앙지검 3차장은 이 지검장 취임 뒤 열린 16일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를 읊으며 "정치, 사회, 경제적 강자의 불법과 반칙을 외면하는 건 헌법과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국 수사 송경호 차장, 이성윤에 尹취임사 읊어
"중앙지검 부장검사들, 이성윤에 적대감 상당"

흔들리는 이성윤의 리더십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현 정부 검찰 직제개편을 주도했고 13일 취임사에선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한 이 지검장을 직속부하 검사가 들이받은 것이다. 지검장을 보좌하는 차장 검사가 부장검사 전원이 참여한 공개 석상에서 항명성 발언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중앙지검에서 근무했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차장 검사는 보통 지검장과 함께 수사 주무를 맡는 부장검사를 다독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이 지검장과 수사팀간의 충돌은 짐작했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말했다.
 
1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성윤에게 반기를 들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모습. [연합뉴스]

1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성윤에게 반기를 들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성윤, 물갈이 인사 기다리나  

이 지검장은 이날 송 차장의 항명성 발언에 담담하게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취임 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주요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지검의 한 현직 검사는 "지검장이 내주쯤으로 예상된 차장·부장 검사 물갈이 인사를 고려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지검 핵심 보직에 있는 '윤석열 라인'이 갈리고 '이성윤의 사람들'이 오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는 이 지검장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중앙지검 1·2·3차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1차장엔 구자현(47·연수원 29기) 평택지청장이, 2차장엔 진재선(46·연수원 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3차장엔 김형근(51·연수원 29기) 성남지청 차장이 언급된다. 모두 이 지검장의 부원과 참모로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이다. 서울 소재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송경호 차장이 내주 인사에서 좌천될 것을 알고 작심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에 대한 윤석열의 우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인사의 '빅3'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모두 거친 이 지검장에 대한 중앙지검과 대검 소속 검사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지난 8일 인사로 좌천된 한 대검 간부는 "이제 이성윤을 같은 검사로 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검사들은 이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아 정권의 입장에만 서 왔다고 주장한다. 중앙지검의 또다른 검사는 "검찰의 손발이 다 잘려나갈 동안 이성윤은 자리만 지켰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13일 발표한 검찰 직제개편 계획도 이 지검장이 검찰국장 시절 추진했던 일이다. 중앙지검 부장들은 16일 이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 지검장에게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 지검장의 입지가 취임 5일만에 상당히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검장의 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성윤이 확실한 자기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중앙지검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부장검사들이 등을 돌리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의 연수원 동기인 윤석열(60·연수원 23기) 검찰총장도 이 지검장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은 이성윤이 법무부 검찰국장 때 '검찰을 위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여러차례 답답함을 드러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과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과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의 대한 오해 

검사 시절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복수의 변호사들은 "이성윤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말한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사 신분이지만 공무원이라 정권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앙지검장으로 돌아왔으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또다른 검사출신 변호사도 "신중하고 합리적인 검사였다"고 회고했다. 이 지검장을 부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이성윤도 소신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자기가 옳다는 것은 외골수처럼 밀어붙이는 사람"이라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절제된 기소는 가능할까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와 여권 인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상인과 신라젠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곧 이 지검장에게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주요 사건마다 핵심 피의자의 기소 범위를 놓고 다수의 안을 만든 뒤 고심하는 스타일이다. 이 지검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권력 수사에서도 기소 범위를 절제한다면, 수사팀은 물론 강경한 수사를 주장하는 윤 총장과도 충돌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와 검찰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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