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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얀마 방문…미국이 때릴 땐 이웃 친구 늘려야

중앙일보 2020.01.17 05:0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일찍부터 방문 외교에 시동을 건다. 17일과 18일 이틀 일정으로 미얀마 국빈방문에 나선다. 중국 국가주석의 미얀마 국빈방문은 2001년 장쩌민(江澤民) 이래 19년 만의 일이다.  
 

3월 하순 이후 해외 나가던 관행서 벗어나
17~18일 이틀 일정 미얀마 단독 방문 나서
미국과 무역전쟁 장기화 될 것이란 판단 아래
주변국과 관계 다져 미국 포위망 뚫자는 계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일찍 17일부터 18일까지 미얀마 단독 방문에 나선다. 시 주석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을 만나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발전 전략과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일찍 17일부터 18일까지 미얀마 단독 방문에 나선다. 시 주석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을 만나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발전 전략과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2009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얀마를 찾은 적이 있다. 중국 지도자는 대개 3월 초 열리는 연례 정치 행사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가 폐막한 이후 해외 순방에 나서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방문 외교 가동에 들어갔다.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시 주석이 동남아 몇 개 국가를 한데 묶는 순방 형식이 아니고 미얀마 한 나라만 콕 집어 방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배경엔 15일의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싸움에서 한동안 버티려면 우군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이웃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외국과의 갈등 요인을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이데올로기 영역으로 미국과의 마찰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오랜 세월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을 펴왔음에도 결국엔 ‘중국의 민주화’에 실패했다고 보고 최근 ‘중국 때리기’에 열심이다.
 
또 다른 갈등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대개 이익을 둘러싼 것이다. 두 갈등 요인 중 주요 모순은 이데올로기 요소가 개입된 미국과의 마찰이다. 그리고 이 미국과의 싸움은 패권 전쟁의 성격 또한 띠어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윈 민 미얀마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초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윈 민 미얀마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초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강 미국과 장기전을 펴야 하는 중국으로선 세(勢)를 모아야 하고 이를 위해 주변국과의 갈등을 시급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들을 중국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내다.
 
중국이 올해를 주변국 외교 강화의 해로 설정한 이유다. 새해 일찌감치 시작되는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 행보는 중국과 미얀마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은 뒤로하고 미국에 대항할 공동의 협력 전선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놓여있다.
 
미얀마 북부에선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져 다수의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하고 있고 중국인 사상자까지 낳아 중국의 불만이 크다. 이 때문에 미얀마에 대한 중국인의 반감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 문제보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을 뚫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매진할 전망이다.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건설에 박차를 가하려는 게 바로 그것이다.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지난달 미얀마를 찾은 왕이(王毅) 국무위원은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이 개념 단계에서 이젠 실질적인 건설 단계로 진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는 앞에서 펑리위안 여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는 앞에서 펑리위안 여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미얀마 사이엔 현재 길이 770여km의 송유관이 건설돼 있다. 벵골만의 차육퓨를 출발한 송유관은 미얀마를 종단해 중국 윈난(云南)성 쿤밍(昆明)까지 이어진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인도양에서 곧바로 중동산 원유를 공급받기 위해 만들었다.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구상은 이 송유관을 따라 도로·철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인도양 진출로를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왕이는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은 양국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일대일로’의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온 차육퓨 특별경제구역 진출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는 차육퓨에 마련될 미얀마 최초의 심해항 건설에 참여하기를 갈망했는데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중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차육퓨가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에너지 요충지가 되는 셈이다.
 
미얀마주재 천하이(陳海) 중국대사도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미얀마 간 체결될 몇 가지 합의를 지켜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 등을 앞세워 차육퓨 항구를 제2의 싱가포르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의 경계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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