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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법적 발상들의 진원지가 된 청와대

중앙일보 2020.01.17 00:33 종합 30면 지면보기
청와대의 초법적 행태가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거론한 ‘부동산 매매 허가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권위 조사 청원’ ‘청와대의 하명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사건’ 등. 모두 법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다. 법치가 무너지면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발상은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법 격언을 무색하게 하면서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아가 법질서 위에 구축된 국가 전체의 경제·사회 질서를 순식간에 붕괴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사유재산 불인정
조국 인권위 청원, 압수수색 거부도 초법
법치 부정하면 공동체 질서 붕괴는 필연

무엇보다 청와대의 초법적 행태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전문가들은 동요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을 위협이라도 하듯 “이런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운을 뗀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를 전면 부정한다. 안 그래도 현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사실상 대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 논란이 여전한 와중에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과 거주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발상 자체를 용납하기 어렵다.
 
이런 무리수 자체가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 호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18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한 것은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너무나 평범한 시장의 상식을 깔아뭉갠 ‘시장의 복수’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마이웨이’를 선언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일제히 초법적 수단을 불사하겠다는 옹위의 자세로 매매 허가제를 거론하고 나왔다. 여론이 싸늘하자 반나절 만에 “추진 생각 없다”고 물을 탔지만 위험천만한 발상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 탄압이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인권위에 청와대 청원을 전달한 것도 초법적인 것으로 드러나 하루 만에 공문을 반송받았다. 인권위는 엄중한 독립기관이라서 대통령이든 누구든 조사를 하라 마라 압박할 수 없다.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민단체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청와대의 ‘조국 국민 청원 공문 발송’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청와대에 자성을 촉구했다. 엄중한 독립성이 생명인 인권위에 청와대가 사실상 조사를 지시한 것은 국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청와대 하명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거부한 것도 ‘법 위에 선 청와대’라는 비판을 불렀다. 적폐청산 수사에 적극적이던 진보 판사들도 즉각 반발하고 있다. 판사 전용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는 압수수색 거부에 대해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다음엔 구속영장도 불응할 건가”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법치와 사법 부정의 폭주를 청와대는 당장 멈춰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며 국민의 안녕은 물론 정권의 기반까지 스스로 흔드는 위험한 도박임을 부디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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