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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강남 전세’ 힘들어졌다…“집 선택할 자유 뺏나”

중앙일보 2020.01.17 00:05 종합 6면 지면보기
서울 성동구의 A아파트를 보유한 송승호(45·가명) 씨는 2018년 11월 살던 집을 전세로 주고 강남구로 이사했다. 자녀 교육 때문이다. 보유한 집의 전셋값은 6억원, 강남 집은 8억원이라 2억원을 대출로 마련했다.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냉난방이 잘 안 되고 주차난도 심했다. 올해 11월 전세 만기 때 주거 여건이 나은 곳으로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대출 길이 막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사는커녕 계속 거주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면 추가 대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송씨는 “전세대출 말고도 이미 마이너스 대출 등으로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보증금이 오르면 늘어난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아이들 학원을 한두 개 끊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20일부터 대출규제 강화책 시행
다른 곳에 9억 넘는 집 있으면
전세금 올라도 추가대출 못 받아
“반전세 늘어 시장왜곡 심해질 것”

송씨처럼 서울 강북에 9억원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자기 집을 전세 놓고 강남·목동 같은 명문 학군 지역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게 어려워진다. 정부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세대출을 금지하기로 해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전세 세입자가 집을 선택할 기회를 틀어막고, 전세 시장에 혼란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전세대출 보증 제한 관련 규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전세대출 보증 제한 관련 규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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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전세대출 규제 방안’이 오는 20일 시행된다. 지난해 12·16 대책의 후속 조치다. 9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주택 보유자는 20일부터 SGI서울보증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적 기관에서 시행 중인 규제가 민간 보증기관으로 확대된 것이다. 다만 20일 이전에 전세 계약한 경우에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계약금 납부 사실을 입증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이용자는 전세 만기가 돌아올 때 대출 보증을 연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셋집을 옮기거나 대출금액을 늘려야 할 경우엔 문제가 생긴다. 신규 대출과 증액 모두 제한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유예기간은 뒀다. 시가 9억~15억원(20일 기준) 1주택 차주가 전셋집 이사로 증액 없이 대출을 다시 이용하면 오는 4월 20일까진 SGI 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중단에 따른 급작스러운 주거 불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부터는 전세대출을 새로 받은 후 9억원 넘는 집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 전세대출이 회수된다. 그 전에 전세대출 보증을 이용 중인 차주가 20일 이후 고가 주택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바로 회수당하진 않는다. 다만 만기 때 대출 연장이 안 된다. 상속을 받았을 경우 당장 회수하진 않지만 만기 시점에 연장은 안 된다. 상속을 받아도 대출을 갚을 돈이 없으면 파는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억원 넘는 집에 대한 갭투자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외 조항도 있다. 직장 이동, 자녀 교육 등 실수요로 보유 주택 소재 시·군을 벗어나 전셋집에 거주해야 할 경우에만 대출 보증이 허용된다. 이때는 전세 거주 실수요를 증빙해야 하고, 고가주택과 전셋집 모두에서 세대원이 실거주해야 한다.
 
이번 규제로 반전세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금융센터지점장은 “전세대출이 막히기 때문에 대출 이자만큼 월세를 내는 반전세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왜곡 현상만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장원석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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