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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나 대신 아이들 학원도, 부모님 병원도 에스코트

중앙일보 2020.01.17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카시트가 장착된 마카롱택시에 탄 기자의 3·5·7세 자녀. 카시트 택시는 서울에만 운행한다.

카시트가 장착된 마카롱택시에 탄 기자의 3·5·7세 자녀. 카시트 택시는 서울에만 운행한다.

#지난 13일 밤 10시 40분 서울 대치동 은마사거리 학원가. 도로는 자녀를 마중 나온 승용차로 가득 찼다. 롱패딩 차림의 학생들이 부모 차에 오르는데, 한 여학생은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후에야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타다’가 그 앞에 멈춰섰다. 차 안에는 타다 기사뿐이었다. 여중생 조모(14)양은 “6개월 전부터 타다로 학원에 다닌다”며 “혼자 타도 안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도착한 다른 타다에 탑승한 여고생은 “엄마가 데리러 못 오시는 날에 타다를 불러주신다”고 했다.
 

안전 우선 ‘돌봄 운송’ 수요 급증
예약하면 카시트 제공 마카롱택시
영유아 부모들 입소문 타고 인기

앱으로 자녀가 탄 차량 이동 확인
타다, 대치동 학원가 탑승 10배 늘어

아이 셋 데리고도 편안하게 탈 수 있어 
 
#지난 14일 오전 9시 50분. 스마트폰 앱으로 마카롱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왔다. 민트색 택시 안에는 유아용 카시트가 장착돼 있다. 앱으로 예약 신청한 카시트다. 3세 막내는 카시트에, 5·7세 아이는 뒷좌석 안전벨트에 고정한 뒤 택시 조수석에 올랐다. 기자가 자녀 셋을 모두 데리고 택시에 타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 하나일 때는 품에 안고 탔지만, 아이가 셋이 된 이후로는 엄두도 못 냈었다.
 
운송에도 돌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는 타다와 마카롱택시의 2019년 고객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마카롱 택시

마카롱 택시

마카롱택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마카롱 직영택시 이용객의 27%가 카시트를 신청해 사용했다. 마카롱 앱에서 일주일~하루 전 예약하면 카시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영유아 부모에게 입소문을 탔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2018년 10월부터 6세 미만 영유아의 카시트 이용이 의무화됐다.
 
카시트를 갖춘 운송 서비스는 마카롱 직영택시가 유일하다. 문제는 서울에서만 운행하고, 차량도 50대로 적다는 것. 전날 예약을 신청하면 안 될 때가 많았다. 타다는 카시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고객이 카시트를 들고 타야 한다. 그럼에도 ‘카시트를 설치할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것만으로도 맘카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후기가 올라올 정도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대치동 학원가를 목적지로 한 탑승은 전년 동기 대비 1000% 늘었다. 현재는 월 1000건 이상이다. 맞벌이로 바쁜 ‘타임푸어’ 부모를 대신해 자녀의 학원 길을 라이딩하는 것이다. 부모는 앱으로 자녀가 승차한 차량의 기사 신원, 이동 경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타다. [뉴스1]

타다. [뉴스1]

어린이집·유치원이나 초중고 학교를 목적지로 한 ‘등교 라이딩’을 위해 타다를 이용하는 경우도 전년 동기 대비 9배가 됐다. 눈·비가 내리거나 미세먼지 지수가 ‘나쁨’인 날은 콜이 증가한다. 단거리라도 어린아이와 걷기가 부담스러운 날이다.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성상현 홍보팀장은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의 증가세가 반영된 것”이라며 “운전이 부담스러우신 조부모님들이 타다를 타고 함께 등원하신다”고 했다.
 
병원 목적지의 타다 탑승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로 늘었다. ‘환자 라이딩’이다. 타다 측에 따르면 ‘부모님 병원 예약과 개인일정이 겹쳐 타다를 불러드렸다’는 고객 후기가 많다고 한다.
 
돌봄운송의 방점은 속도보다 안정성에 찍힌다. ‘급해서 탄다’는 기존 택시 수요와 다르다. 마카롱택시는 전체의 40%가 월 4회 이상 예약해 이용하는 단골 고객이다. 김형준 KST모빌리티 홍보실장은 “자녀 등하교 시간에 맞춘 반복 예약 같은, 정기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런 고객은 급해서 택시를 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동 중의 편안함에 관심이 높다”고 했다.
 
공공 돌봄택시는 불편해 이용 적어 
 
돌봄운송을 제공하려는 ‘관’(官)의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 5월 말 보건복지부는 예산 12억원을 들여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을 위한 ‘돌봄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복지부가 노인 1인당 월 5만원까지 요금을 지원하고,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승합차 50대와 기사, 콜센터를 갖춰 운영했다. 장기요양 1~4등급 노인 7만여 명이 이용할 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7개월간 이용한 노인은 4553명에 그쳤다. 이용 건수는 2만5029건으로, 차량 1대당 하루 3회 운행한 셈이다. 전화로만 예약받고 평일에만 운행하는 점 등이 장애물로 꼽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홍보했던 여성 전용 택시 ‘웨이고 레이디’도 마찬가지다. 여성 기사가 운전하고 카시트를 갖춘 여성 전용 택시를 2020년까지 500대로 늘리겠다고 했으나, 3개월간 시범운영 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웨이고를 운영했던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서비스를 재개하려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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