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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본선행, 이동준을 따르라

중앙일보 2020.01.17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이동준이 이란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 최종 예선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넣은 그는 한국의 8강 진출에 기여했다. [연합뉴스]

이동준이 이란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 최종 예선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넣은 그는 한국의 8강 진출에 기여했다. [연합뉴스]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믿음직한 선수들이다.”
 

조별리그 3전승 통과한 김학범호
오세훈·김대원·정승원 경험 풍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재현 도전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도전하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김학범(60) 감독의 평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1로 이겼다. ‘죽음의 조’에 배정됐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중국(1-0승), 이란(2-1승)에 이어 지난 대회 우승팀 우즈베크까지 무너뜨리며 3연승으로 8강에 올랐다.
 
김학범 호의 강점은 경험에 있다. 역대 올림픽팀을 통틀어 주축 선수들의 경기 출전 이력이 가장 풍성하다. 중국전과 이란전 연속골을 터뜨린 윙포워드 이동준(23·부산)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숭실대를 졸업한 뒤 부산에 입단한 그는 3시즌 동안 K리그 74경기(19골 8도움)에 출전했다. 지난해엔 정규리그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합쳐 38경기에 나와 13골 7도움을 기록하면서 K리그2 MVP에 올랐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소속팀에서 서른 경기 이상 꾸준히 출전한 선수는 이동준을 비롯해 오세훈(21·아산), 김대원(23), 정승원(23·이상 대구), 조규성(22·안양), 송범근(23·전북), 김진규(23·부산), 김진야(22·서울) 등 8명이다. 4년 전 리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엔 출전 선수 중 소속팀에서 ‘주전급’은 수원 삼성 소속이던 권창훈(26·프라이부르크)뿐이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멤버들과 닮았다. 기성용(31·뉴캐슬), 구자철(31·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30·감바 오사카), 김보경(31·전북) 등 당시 주축 선수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일찌감치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학범 감독이 조별리그 기간 매 경기 6명 이상 선발 라인업을 바꿔가며 ‘상대 팀 맞춤형 포메이션’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도 주축 선수 대부분의 경기 감각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조합을 활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술 수행 능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2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28·보르도)를 발굴해 금메달을 땄던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동준에게 비슷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최종예선 참가 직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강인(19·발렌시아)이나 백승호(23·다름슈타트)에 맞먹는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나와 코치들이 발품을 들여 현장에서 기량을 검증한 끝에 발굴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면서 “이동준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기대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순항 중인 한국과 달리 나란히 조기 탈락한 중국과 일본은 혼란에 빠졌다. C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전패 탈락(4실점)한 중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즈보닷컴은 “많은 이들이 지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만,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선수의 경쟁력에 있다”면서 “태국을 8강으로 이끈 니시노 아키라(55·일본) 감독이 마르첼로 리피(72·이탈리아)나 거스 히딩크(74·네덜란드)보다 명장이라 할 수 있나. 오히려 두 지도자가 중국에 와서 이력을 망친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강’이라 자부하다 조별리그서 무승(1무2패)으로 탈락한 일본은 내부 분열 조짐이다. 닛칸 스포츠는 “비슷한 실점 패턴을 반복한다”면서 “선수의 자율적인 판단을 강조하는 모리야스 하지메(52)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일본 국가대표 후쿠니시 다카시(44)는 “공격의 완급을 조절할 선수가 없다. 해외파가 합류하지 않는다면 (올림픽 메달권 진입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감독 체제를 흔들 계획이 없다”면서도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다시마 고조(63) 일본축구협회장은 “국가대표다운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면서 “대회가 끝난 뒤 모리야스 감독이 직접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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