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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낮춰도 안 팔린다 ‘강남 빙하기’ 진입

중앙일보 2020.01.17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청와대 인사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초유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청와대 인사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초유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대출 규제로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살 사람이 없으니 한 달 사이 호가가 1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12·16 대책 한달 부동산 시장은
서초구 30주 만에 상승률 0%
규제 덜한 강북·수도권 풍선효과
국토부 “특별사법경찰 상시 가동”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의 얘기다. 그는 “오늘 반포동 미도아파트(전용 84㎡)를 18억원에 팔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직전까지 19억3000만원에 나오던 매물인데 매수세가 붙지 않으니 호가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12·16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째인 16일 서울 강남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계약 한 건 하기도 쉽지 않다”며 “오전에도 삼익아파트(88㎡)를 16억원에 사겠다던 매수자가 갑자기 5000만원을 깎아 달라고 요구해 계약이 깨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남 주요 아파트 시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강남 주요 아파트 시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파트 호가를 시세보다 낮춘 급매물은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더 눈에 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에 나왔다. 한 달 전보다 호가가 1억원 떨어졌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중과로 압축되는 12·16 대책은 현금이나 소득이 없는 집주인들에게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진모(70)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로 4000만원가량 납부해야 할 것 같은데 지난해의 2배 정도여서 버틸 자신이 없다”며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 6월 안에 아파트 한 채를 팔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치솟던 강남 아파트값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상승세 꺾인 강남 아파트값.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상승세 꺾인 강남 아파트값.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0.07%)보다 0.03%포인트 내린 0.04% 상승했다. 대책 발표 이후 상승 폭이 4주 연속 둔화했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해 6월 이후 30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0%)가 멈췄다. 강남·송파구도 0.01% 오르는 데 그쳐 강남 3구 상승세가 완전히 꺾인 모습이다.
 
고가 아파트 거래량도 줄었다. 지난해 16일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달 11일 국토교통부)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대책 이전 한 달간 거래 비중(8%)의 절반 수준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인 대출 규제나 보유세 강화 모두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을 정조준하고 있어 강남권 매매시장은 휴점 상태”라고 말했다.
 
12·16 대책을 비껴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원·과천·광명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의 오름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번 주 1.02%(한국감정원) 올라 일주일 사이 2배 이상 상승 폭이 커졌다. 한동안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던 과천 단지(0.13%)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한동안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권과 강남 외 시장으로 나눠서 움직일 것”이라며 “대책 영향이 큰 강남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으로 침체되는 반면, 규제가 덜한 강북과 수도권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부는 부동산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선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대폭 늘려 집값 담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며 “다음달부터는 다운계약과 청약통장 불법 거래, 불법 전매 등 행위를 조사하고 단속하는 특별팀이 국토부에 구성돼 상시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지현·최현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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