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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제자 성추행 교수 연구실 점거한 학생회장 징계위 회부 논란

중앙일보 2020.01.16 18:01
16일 오후 2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ㆍ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16일 오후 2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ㆍ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지난해 8월 제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과 관련, 학생들이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했던 것을 두고 학교와 학생 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학 내 성폭력ㆍ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는 인문대 학생들이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한 것을 문제 삼아 전(前) 인문대 학생회장 B씨를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부당한 징계 시도”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연구실 점거는) 보다 나은 서울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절박한 투쟁의 일부였다. 이런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은 앞으로 학생들에게서 권력형 범죄의 처벌과 반성을 요구할 수단을 박탈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위 “학과장 동의로 잘 해결된 일” vs 학과장 “새벽에 무단 점거”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연구실에 지난해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었다. [연합뉴스]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연구실에 지난해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었다. [연합뉴스]

발단이 된 사건은 지난해 7월 벌어졌다. 당시 인문대 학생들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A교수에 대해 학교 징계위가 ‘정직 3개월’의 처분에 그치자 ‘파면’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인문대 학생들은 같은 달 2일 새벽, 비어있는 A교수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학생 공간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특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서어서문학과 학과장은 A교수의 개인 컴퓨터를 미리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연구실의 학생 공간 전환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무단점거는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또 “당시 연구실 내부의 개인 물품을 비닐로 씌워 손대지 못하게 해 행정적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창민 서어서문학과 학과장은 “학생들이 새벽에 열쇠수리공을 불러서 '출장을 간 교수가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회유해 문을 부쉈다”면서 “당시 문을 막고 있는 인문대 학생회장 B씨에게 ‘불법 행위이고, 무단 점거에 기물파손이다. 책임질 수 있겠냐’고 했더니 '책임지겠다'고 해서 경찰까지 불렀다”고 했다. '학과장이 학생 공간으로의 전환을 허락했다'고 한 특위 측 주장에 대해선 “대치 상태가 길어지니까 우선 교수의 연구 수첩이나 컴퓨터는 빼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특위는 “연구실 점거는 인문대학 학생회의 의결을 거쳐 진행됐다”면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던 학생 대표를 징계하려면 우리 모두를 징계해야 한다”고 외쳤다.
 

강제 추행 폭로한 학생, "징계위원장에 2차 가해 당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B씨가 지난달 6일 교내에 붙인 ’대학원 과정 4년 동안 지도교수에게 성추행 및 여러 성폭력, 다양한 인권침해 피해를 봤다’라는 내용의 기명 대자보. 박해리 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B씨가 지난달 6일 교내에 붙인 ’대학원 과정 4년 동안 지도교수에게 성추행 및 여러 성폭력, 다양한 인권침해 피해를 봤다’라는 내용의 기명 대자보. 박해리 기자

특위는 이날 A교수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학생이 교내 징계위원회 조사 당시 2차 가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징계위원장이었던 C 교수가 “A교수에 따르면 화상 흉터가 궁금해서 허벅지를 만졌다고 했는데 진짜 궁금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김도형 특위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에 징계위에 회부된 B씨에 대한 징계 결정도 C 교수가 담당한다며 “현재의 학생 징계위원회는 감히 학생들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C교수는 “회의 진행만 했지 묻지 않았다. 회의 내용 자체는 (학칙상) 공개되지 않지만 분명히 아니다. 또 그런 것을 질문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징계위는 전 인문대 학생회장 B씨에 대해 오는 22일 열리는 회의에 출석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제가 된 A교수는 지난 2015∼2017년 외국에서 열린 학회에 제자와 동행하면서 옷 안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거나 강제로 팔짱을 끼는 등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교수는 지난달 30일 불구속 기소됐으며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를 해임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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