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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장비 10만원…'나만의 맥주'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

중앙일보 2020.01.16 15:00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34)

 
맥주애호가라면 누구나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작업(홈브루잉)에 매력을 느낀다. 유통과정 없이 가장 신선한 맥주를 먹는 경험은 맛 그 자체만으로 즐겁다. 내 손으로 만든 세상 유일한 맥주라는 의미는 덤이다. 맛있게 완성된 맥주를 주변 사람들과 나눠 마시는 것만큼 흐뭇한 일도 드물다. 홈브루잉은 소비하는 데 있어 경험과 과정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취미다.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은 생활을 풍성하게 해주지만 결코 ‘가성비’ 면에서 좋지는 않다. 세척 및 살균, 담금, 끓임, 거름, 발효, 숙성 등 홈브루잉의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상업 양조보다 재료를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투입하는 노동력과 시간, 맥주의 완성도까지 고려하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비교해 비용 효율성 면에서 앞서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인 면만 따지자면 맥주 할인 정보를 열심히 탐색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애호가들은 내 손으로 만든, 효모가 살아있는 특별한 맥주를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것을 꿈꾼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읽은 업계에서는 다양한 홈브루잉 재료와 기기를 내놓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맥주를 만든다 - 일반 홈브루잉 장비

홈브루잉 기본 장비를 구매해서 맥주를 양조하는 방법은 나만의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 수 있고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 강도가 높고 자칫하면 원하는 맥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홈브루잉은 기본적으로 물을 끓일 수 있는 스테인리스 들통 하나와 발효를 하기 위한 플라스틱 들통 하나만 있으면 가능하다. 서울홈브루(seoulhomebrew.co.kr), 비어스쿨(beerschool.co.kr) 등에서 들통, 온도계, 비중계, 거름망 등 필수 양조 장비를 10만 원대에 마련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어떤 재료든 원하는 대로 활용해 맥주를 만들 수 있고 발효통을 여러 개 준비하면 하루에 몇 번(1회 20ℓ)이라도 맥주 양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장비를 세척, 살균한 뒤 맥아를 넣어 우리고 찌꺼기를 거르고, 끓이고 홉을 넣고 식히고 통을 옮기는 등 모든 과정을 직접 몸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이 되거나 온도를 맞춰주지 않으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맥주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쿠퍼스 수제맥주키트. [사진 쿠퍼스]

쿠퍼스 수제맥주키트. [사진 쿠퍼스]

 
일반 홈브루잉 장비를 이용하되 재료 키트를 활용하면 담금과 끓임 시간과 노동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맥주 재료를 응축해놓은 쿠퍼스(diybeercoopers.co.kr) 등 원액캔을 사용하면 된다. 이 방법 역시 살균과 발효에 적합한 온도 유지가 맥주의 성패를 좌우한다.
 

노동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인다 - 반자동 기계

홈브루잉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기계를 이용할 수 있다. 반자동 기기는 통을 하나로 통합해 맥주를 옮길 필요가 없고 담금, 끓임 등 온도를 설정한 대로 맞춰준다. 일반 홈브루잉 장비를 활용할 때의 불편함을 일부 개선한 것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출품된 피코 브루(picobrew.com)의 경우 제시된 레시피에 맞춰 맥아, 홉, 효모 등 재료를 넣고 기계를 작동하면 한 번에 5ℓ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기계 가격은 기능, 용량 등에 따라 399~2749달러다.
 
테라브루. [사진 와디즈]

테라브루. [사진 와디즈]

 
재료 키트를 넣으면 발효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20만~40만 원대 썬비어(htwww.beernara.com), 테라브루(terabrew.com) 같은 기계도 있다. 이들 기계는 발효 이후의 병입, 숙성 등은 수동으로 해야 한다.
 

신선한 맥주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 전자동 기계

 
LG홈브루. [사진 LG전자]

LG홈브루. [사진 LG전자]

 
캡슐만 넣으면 완성된 맥주가 나오는 전자동 홈브루잉 기기도 있다. LG전자 홈브루 같은 제품은 노동이 필요 없고 맥주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5종의 정해진 맥주만 만들 수 있고 만든 맥주를 다 소모한 이후에 새로운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맥주를 만드는 데 2주가량 걸리기 때문에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없는 기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기 가격(399만원), 일회용 재료 가격(3만9900원)은 쉽게 홈브루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
 
홈브루잉 기계는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다. 맥주가 자판기처럼 나오는 기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맥주를 기존의 방식보다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특유의 ‘손맛’을 느끼게 해줄 기기가 필요하다. 홈브루잉을 하는 이유는 저렴하게 마시기 위해서도 아니고 편하게 마시기 위해서도 아니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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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필진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맥주는 짝으로 쌓아놓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맥주 덕후. 다양한 맥주를 많이 마시겠다는 사심으로 맥주 콘텐츠 기업 비플랫(Beplat)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 한국의 수제맥주,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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