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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에 설연휴 관광객까지…인천ㆍ제주발 한한령 풀리나

중앙일보 2020.01.16 14:07
중국 산둥성과 장쑤성에서 모인 3000여명의 수학여행단은 지난 10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항을 통해 한국을 찾는다. [사진 인천관광공사]

중국 산둥성과 장쑤성에서 모인 3000여명의 수학여행단은 지난 10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항을 통해 한국을 찾는다. [사진 인천관광공사]

 
지난 10일 오후 7시쯤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여객터미널. 페리에서 여행용 가방을 끄는 중국인 학생 500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신이 난 듯 주변을 둘러보던 학생들은 ‘인천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중국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와 장쑤(江蘇)성 렌윈강(連雲港)에서 온 초중교 수학여행단이다.
 
인천과 제주 등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 이후 내려진 한한령(限韓令)이 곧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달 말까지 3000여명의 수학여행단이 인천을 찾는다. 이들은 숙박을 포함해 대부분의 시간을 인천에서 보낸다. 인천 소재 학교에서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개항장, 동화마을, 국립생물자원관 등지를 방문한다. 수원 화성, 경복궁, 청와대, 한옥마을 등 수도권 내 명소도 갈 계획이다.
 

5000명 찾은 송도엔 ‘이융탕 거리’ 생겨

 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스퀘어광장에 모인 중국인 관광객 [사진 인천시]

8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스퀘어광장에 모인 중국인 관광객 [사진 인천시]

 
지난 9일에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중국 선양시의 건강식품 판매기업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4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 회의, 신제품 발표회, 한류 가수 특별 공연 등 행사가 진행됐다. 이융탕 임직원 약 5000명은 성과보상 관광으로 중국 25개 도시에서 40대의 항공편을 이용해 차례로 국내에 들어왔다. 2017년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이융탕 임직원들은 인천의 호텔에서 숙박하며 월미도·차이나타운·송도 등을 둘러봤다. 인천시는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유니온스퀘어를 ‘이융탕 거리’로 명명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제주와 중국 잇는 하늘길도 다시 넓어져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도 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제(春節·1월 24∼30일)에 2만7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을 예정이다. 하루 평균 3857명으로 지난해 (1만9865명)이 비해 늘어난 수치다. 사드 사태 이후 축소된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도 다시 넓어지고 있다. 이번 달 제주와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 노선은 15개 항공사 19개 노선의 330편으로 2017년 하반기 9개 항공사 10개 노선의 166편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9일 오전 9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이륭탕 임직원 약 4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륭탕 2020 한국 연회가 열렸다. 심석용 기자

9일 오전 9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이륭탕 임직원 약 4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륭탕 2020 한국 연회가 열렸다. 심석용 기자

 
최근 인천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에는 중국 내 한한령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한몫했다. 인천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한한령이 풀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 방한한 이융탕 임직원 중 약 4200명은 단체관광 비자로 입국했다. 중국은 사드 사태 이후 자국민에게 관광 목적의 단체 비자 발급을 꺼려왔는데 이게 완화된 것이다. 단체관광 비자의 경우 개인 비자보다 발급 절차가 간소화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설이 흘러나오면서 올해 한한령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에 맞춰 인천시 등은 공항 등 인프라와 관광자원 등을 부각해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을 유도했다. 푸야오 이융탕 회장은 “한국은 음식 등 문화가 중국과 비슷해 만족한다”며 “이융탕이 중국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다른 기업들도 따라서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관광객 회복세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 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 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사드 배치 이전엔 중국 기업의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종종 찾았다. 2016년 3월 중국 광저우시의 건강보조식품 개발·유통기업인 아오란(奧藍) 임직원 약 6000명이 방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이들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치맥(치킨 맥주) 축제’를 열어 화제가 됐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2016년 806만명을 기록한 중국인 관광객은 다음 해에는 절반으로 급감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대신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성과 보상 관광 등을 진행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8년 470만명, 2019년 550만명을 기록하면서 회복세다. 지난해 9월 중국 수정제약그룹 임직원 약 3400명이 한국을 찾는 등 성과 보상 관광객도 지난해 기준으로 10만명을 다시 넘어섰다. 수학여행단도 지난해 2만명을 기록했다.
 

“여행상품의 질과 유통구조 개선 계기 돼야”

이융탕 임직원들이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신춘링]

이융탕 임직원들이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신춘링]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마진이 없는 제로투어피로 관광객을 유치한 뒤 지상비(현지 투어비용)를 마련하기 쇼핑 위주로 관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동안 여행상품의 질과 유통 구조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광업계에서도 올해 한한령이 풀릴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도 “성과 보상 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 간에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을 막고 여행상품의 질이 확보되는 고품격 관광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와 관광업계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제주= 심석용·최충일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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