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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멧돼지 10만 마리 포획…생태계 훼손 우려는?

중앙일보 2020.01.16 11:00
전남 담양군에서 포획된 멧돼지들. 담양군은 포획한 멧돼지에 'ASF'라는 글자를 적은 뒤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현상금 20만원을 준다. [사진 담양군]

전남 담양군에서 포획된 멧돼지들. 담양군은 포획한 멧돼지에 'ASF'라는 글자를 적은 뒤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현상금 20만원을 준다. [사진 담양군]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과 폐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에서 포획한 야생 멧돼지 숫자가 10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4만~5만 마리 정도 포획하던 것과 비교하는 두 배나 되는 수치다.
 

전국 멧돼지 수는 33만 마리로 추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포획한 멧돼지 숫자는 전체 야생 멧돼지의 30% 수준인 10만918마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2만3867마리로 가장 많았고, 경북이 2만2847마리, 충북 1만4470마리, 경기도 1만2523마리, 경남 1만122마리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야생 멧돼지 10만 마리를 포획한 것은 전국 야생 멧돼지의 30%가량을 포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생태원에서 2018년 실시한 야생동물 서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도별로 산지 1㎢당 3.6~6.9마리의 멧돼지가 분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산지 1㎢당 평균 5.2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서식하는 셈이다.
산림청에서 집계한 전국 산지 면적 6만3590㎢를 고려하면, 전국에는 33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포획한 10만 마리는 전체 야생 멧돼지의 30%에 해당한다.
 

지역별로 포획 비율도 큰 차이

강원 화천군 전방에 설치한 포획틀에 야생멧돼지가 포획됐다. [화천군청 제공=뉴스1]

강원 화천군 전방에 설치한 포획틀에 야생멧돼지가 포획됐다. [화천군청 제공=뉴스1]

지난해 지역별 포획 숫자가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해당 지역 전체 멧돼지 중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의 비율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산지 면적이 4932㎢이고, 멧돼지 서식밀도가 ㎢당 4.8마리인 충북의 경우 전체 야생 멧돼지가 2만3674마리로 추정된다.
포획한 멧돼지 1만4470마리는 전체 충북 지역 서식 멧돼지의 61%에 해당한다.
 
또, 경북은 산지 면적이 1만3564㎢, 서식밀도가 ㎢당 3.6마리이다. 전체 숫자는 4만8830마리로 추정되고, 이 중 46.8%를 포획한 셈이다. 
경기도는 45.1%를, 강원도는 28.6%를 포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인 '동물 해방 물결'의 윤나리 대표는 "지난해 사육 돼지가 ASF 감염된 경로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돈협회의 요구에 따라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를 보여주기식으로 대량 학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야생 멧돼지가 ASF에 감염된 접경지역과 멀리 떨어진 충북·경북에서 과도하게 포획한 것은 문제"라며 "감염된 멧돼지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폐사하는데, 총기로 포획하면 감염된 멧돼지가 멀리 이동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현재 멧돼지를 포획하면 한 마리에 20만 원의 포상금을,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50~70% 포획해도 2~3년 내 회복"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한 광역울타리 설치 지역 [자료 환경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한 광역울타리 설치 지역 [자료 환경부]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환경부 최선두 야생동물질병관리팀장은 "지난해에는 ASF 때문에 집중적으로 포획한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서식밀도 조사 결과가 다음 달쯤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질병 긴급성이나 위험도, 농작물 피해 등을 고려해 적정한 올해 포획 목표치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ASF 방역과 관련해서도 광역 울타리와 1차, 2차 울타리 사이를 중심으로 포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야생동물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멧돼지는 한 번에 10마리씩 낳기도 하는 등 번식력이 높고 적응력도 뛰어나 50~70% 정도 포획하더라도 2~3년 후에는 숫자가 회복되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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