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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가 더 짜릿, 창업 안해본 사람은 모르죠

중앙일보 2020.01.16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10)

 
동창회에 참석한 멤버들의 화젯거리는 대부분 회사생활과 유망 직업 이야기다.[사진 Pixabay]

동창회에 참석한 멤버들의 화젯거리는 대부분 회사생활과 유망 직업 이야기다.[사진 Pixabay]

 
2020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여러 송년회, 신년회 등 지인들과 약속이 많은 시점이다. 5년 전, 참석한 이후 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송년회 모임에 다시 참석했다.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터라 올해에는 한번 참석해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5년 전, 동창회 때에 참석했던 친구들 몇몇은 보이지 않았고 새로운 친구들이 눈에 보였다. 참석하지 않은 친구들의 근황을 물어보니, 최근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친구들이거나, 나처럼 창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라고 한다. 아마, 그들은 동창회 모임에 참석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전 동창회 때에도 그렇고 오랜만에 참석한 이번에도 역시나, 단연코 화젯거리는 회사생활 이야기였다. 우리 나이 서른 중반, 우리의 관심사는 커리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학교 동창 중 현재 기준으로 가장 출세한 친구는 명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뒤 대기업에 취업하여 현재 과장 직책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외제차에, 얼마 전 같은 회사 동기와 결혼을 하여 송파에 신혼집을 차렸다고 한다. 몇십년 동안은 큰 사건이 없는 한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서른 중반에 만난 우리 모두는 워커홀릭으로 살고 있었다.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각자의 기준과 우선가치를 보면 공무원 친구는 안정성을, 대기업 친구는 연봉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Pixabay]

서른 중반에 만난 우리 모두는 워커홀릭으로 살고 있었다.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각자의 기준과 우선가치를 보면 공무원 친구는 안정성을, 대기업 친구는 연봉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Pixabay]

 
또 한 친구는,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한 친구였는데 대학 2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현재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불평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만 해도 우리는 똑같은 선에서 출발했다. 물론, 졸업 이후 각자의 수능점수에 맞추어 선택된 대학교 진학의 갈림길에서 서로 커리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30대에 들어서면서 각자의 ‘일’에서, 자기 페이스를 갖고 본격적으로 경쟁하며 달리기 시작하다가 서른 중반에 다시 만난 우리 모두는 워커홀릭으로 살고 있었다. 서로의 워커홀릭의 행태에 푸념을 늘어놓는 과정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이면서 돈도 많이 주고 업무 강도도 적당한 곳인 신의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놓았다. 어차피 신의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본인들의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우리는 서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 했는지 각자의 기준과 우선가치를 이야기해보았다.
 
공무원 친구는, 흔히 말하는 ‘철밥통’이 좋았다고 한다. 본인은 도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성과에 대한 부담 역시 본인의 체질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다고 한다. 공무원이 된 것만으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는 한 셈이라고 한다.
 
대기업 친구는, 연봉이 제일 중요했다고 한다. 그 친구 왈 일하는 재미도 있고 연봉도 많이 주는 회사에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연봉만 많이 주는 IT회사에 들어왔고, 원래 하고 싶던 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연봉, 복지, 회사의 네임 밸류 면에서 기준 미달은 없는 곳이라 만족하며 다니고 있었다.
 
각자 회사 및 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이유들이 그럴듯해 보였다. 이제 내 차례였다. 
“태호 너는, 창업하고 나니 뭐가 제일 좋아? 왜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거야?”
 
“연봉, 안정성 등 여러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언가가 있어”라는 대답을 확신을 갖고 했지만, 아마 친구들은 얼버무리는 것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 무언가라는 것처럼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단어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누가 될지 아는 것도 좋지만 내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것이 더 흥분될 때도 있다. 바로 그게 창업의 이유이다. [사진 Pixabay]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누가 될지 아는 것도 좋지만 내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것이 더 흥분될 때도 있다. 바로 그게 창업의 이유이다. [사진 Pixabay]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모임에서 내가 대답했던 그 무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른 친구들은 직장을 선택하면서 가장 버려야 할 것으로 불확실성이었는데 나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만약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그것 자체가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가?
재미는 안정감에서 나오고 빅 재미는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어떤 창업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늘 모임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업을 선택하면서 창업을 선택했던 이유인 그 무언가는 바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절대 느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누가 될지 아는 것도 좋지만 내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것이 더 흥분될 때도 있다. 바로 그게 창업의 이유이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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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대표 이태호 대표 올댓메이커 대표 필진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 번듯한 직장에 몸을 담그다가 무언가에 홀린 듯 사표를 내고 창업을 하게 되었다. 당구장브랜드 '작당'을 론칭, 많은 은퇴자 및 퇴직예정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전국 매장 30여개를 개설했다. 점주이자 손님인 시니어 층에 대한 관심이 많은 청년사업가이다.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 상황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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