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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날 동시 떠났지만···김웅 검사와 최기상 판사 '사표의 무게'

중앙일보 2020.01.16 05:00
법의 길, 검사의 길 [중앙포토]

법의 길, 검사의 길 [중앙포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부장검사의 평검사 시절 일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법무부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검토할 때 그는 "사면이 됐어도 쿠데타는 사라지지 않는다. 국립묘지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그는 그해 지방으로 전보됐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9년 1월 보훈처가 '안장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그는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 단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 개혁이란 구호 속에 국민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반발했다. 다시 진천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 됐다. 
 
지난 14일 검사생활 20년만에 사의를 표명한 그는 검찰 내부망에 "권세에는 비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습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남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권 수사팀 물갈이 인사와 검경 수사권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고 했다. 같은 날 신임 부장검사 강연차 진천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김웅에게 "고생했다.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짤막한 인사를 남겼다고 한다.  
 
김웅이 검찰을 떠난 날 법원의 최기상 부장판사도 사표를 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고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아 양승태 대법원을 매섭게 비판했던 당사자다. 그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법원을 떠났다. 한 주 전엔 '강제징용 판결 지연' 의혹을 언론에 알린 이수진 부장판사가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법원을 떠났다. 모두 공직선거법상 공직자의 총선 출마 전 사퇴 데드라인(1월 16일)을 충실히 지켰다. 사법 독립을 외쳤던 두 전직 판사는 퇴직 후 어떠한 냉각기 없이 여권 후보로 총선 출마를 고심 중이다.
 
『검사내전』에서 김웅은 선배 검사의 말을 빌려 자신을 "대한민국이란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라 말했다. 추문에 휩싸인 검찰 조직이 불만이던 그에게 한 선배는 "사람들은 벤츠 자동차를 살 때는 삼각별 엠블럼을 보고 사지만 실상 벤츠를 벤츠답게 해주는 것은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사못"이라 말해줬다는 것이다. 김웅은 이렇게 검찰을 떠나는 것도 "나사못의 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의성 사표를 내고 떠나는 검사와 정치권을 향한 출사표를 고심하는 두 판사. 누가 검찰을 검찰답게, 또 법원을 법원답게 해주는 나사못일까.  
 
박태인 사회팀 기자

박태인 사회팀 기자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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