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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전쟁 선포냐” 더 센 규제 불안감에 수요자 우왕좌왕

중앙일보 2020.01.16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연일 쏟아지는 강도 높은 규제 예고 발언에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에 이어 정책실장·정무수석까지 잇따라 추가 규제안을 내놓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고 있어서다. 특히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 매매 허가제’ 도입 검토 발언에 “시장과의 전쟁 선포”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업계 “매물 거두고 관망 분위기”
전문가 “실수요자 주택 매입 포기
전·월세로 몰리면 임대료 오를 것”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69)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식 규제가 말이 되나. 조만간 정부의 어떤 대책도, 어떤 발언도 통하지 않는 시장과의 불통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대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또다시 강남 집값 급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허모(48)씨는 “허가제 도입 전에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가 몰려 폭등하고, 여론이 좋지 않다면 허가제를 없던 일로 하면 결국 강남 집값만 또 오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 자체가 많지 않은 토지와 전 국민이 대상인 주택에 대한 허가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대상 지역, 면적 기준, 이용 의무기간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들은 매도·매수를 두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달 나온 12·16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이미 급속도로 냉랭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규제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12·16대책 이후 확 줄어든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2·16대책 이후 확 줄어든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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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달 11일 기준)은 1539건으로 확 줄었다. 대책 이전 한 달간 거래량의 32% 수준이다. 전체 거래량에서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26.2%에서 13.1%로,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8%에서 3.9%로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 기세는 꺾였다. 12월 셋째 주 0.2%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이달 첫째 주 0.07% 오르는 데 그쳤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상승폭은 더 줄었다. 12월 셋째 주 0.33% 올랐지만, 1월 첫째 주는 0.04% 오르는 데 그쳤다.
 
매물을 일단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사장은 “집주인들이 분위기를 살피려는 문의가 늘었다”며 “주택시장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불확실하니 정말 급한 사람 외에는 관망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 새방공인 전영준 사장은 “12·16 대책 이후 거래가 뚝 끊겼는데 앞으로 매도·매수자 간 눈치보기가 더 심해져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주요 ‘반(反)시장’정책

문 정부의 주요 ‘반(反)시장’정책

가짜 뉴스로 밝혀진 지라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국토부 보도자료 배포 및 백브리핑 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지라시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초고가 주택 범위 12억원으로 인하, 고가주택 범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현실화, 초고가(12억원 이상) 주택 거래 허가제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토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를 맡겼지만, 강 수석이 주택매매 허가제를 언급하면서 지라시가 가짜 뉴스가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C부동산 카페 운영자는“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지라시에 있는 내용대로 추가 규제안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매매시장 위축의 불똥이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가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전월세에 머물기 때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법안까지 통과되면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일제히 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미 임대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임대 안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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