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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인사거래’ 폭로 진실공방에 검사들 분노 폭발

중앙일보 2020.01.16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임은정 검사는 15일 ‘인사거래’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왜곡설을 반박했다. [페이스북 캡처]

임은정 검사는 15일 ‘인사거래’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왜곡설을 반박했다. [페이스북 캡처]

“진심으로 후배를 위한다면 언론에 보다 신중하게 글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내부망에 “임 검사가 상황 왜곡” 글
동조 댓글 순식간에 130여개 올라
“임은정, 후배 위한다면 신중해야”
임 “윤대진이 인사거래 제안” 공개

15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부장에게-인사 재량에 대한 의견도 포함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이런 내용의 댓글이 붙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130여개의 동조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댓글은 임은정(46·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다.
 
임 부장검사는 강경 검찰 개혁 옹호파로 유명하다. 대내외 활동을 통해 꾸준히 검찰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 당시 “검찰 개혁을 위해 임 부장검사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밝힐 정도였다. “검찰 비리를 은폐했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수뇌부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튀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했다.
 
‘댓글 사태’의 발단은 그의 지난 5일 자 언론 기고문이었다. 임 부장검사는 “2018년 2월 한 검찰 간부가 ‘서지현 검사 미투 사건의 참고인이라 승진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하고, 부산지검 부장 승진을 운운하면서 느닷없이 해외연수를 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취임 무렵 한 법무부 간부가 감찰담당관실 인사 발령을 조건으로 ▶SNS 활동 중단 ▶신문 칼럼 연재 중단 ▶검찰 간부들에 대한 고발 취하 등을 요구했다”라고도 했다. 사실상 검찰 비판을 멈추는 대가로 해외연수와 승진이라는 ‘당근’을 제시받았다는 얘기다.
 
이프로스에 반박 글을 올린 건 연수원 동기인 정유미(48) 대전지검 부장검사였다. 그는 ‘인사거래’ 자리에 동석했다고 밝힌 뒤 “유학은 ‘힐링’이자 재충전의 기회라고만 생각했지 누군가 ‘유배’로 받아들일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아무도 진지하게 자리를 제안하거나 약속한 일은 없었고, 검사 인사는 검찰이 아닌 법무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해한 게 아니라면 조직을 욕보이려고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침묵하는 다수 동료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외부에 피력하며 조직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그 내용이 진실하고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쇄도한 댓글 중에는 한때 임 부장검사의 상관이었던 지방 고검 박모 검사의 것도 있었다. 그는 “각자가 심중에 꾹꾹 눌러뒀던 생각을 임 부장에게 확인시켜 주는, 꼭 필요한 기회를 가졌다”고 적었다.
 
그러자 임 부장검사도 이프로스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억을 못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남 일이기도 하니 기억을 못 하는 거로 좋게 해석하려 한다. 건망증이 다소 있는 언니(정 부장검사)가 남의 일을 얼마나 기억할까 궁금했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인사와 해외연수를 제안한 인물이 윤대진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였다고 추가 폭로하고 “그가 최고 실세로 부상해 검찰 인사를 지속해서 좌우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1차장에 불과한 소윤(윤 부원장)이 어떻게 인사 이야기를 할 수 있냐는 취지의 원칙론적 반론은 솔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임 부장검사에 대해 ‘친정권 파’라는 시선이 존재했던 상황에서 공론의 장이 마련되자 현재의 검찰 핍박에 대한 울분까지 더해져 검사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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