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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 없나요?"…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1년 만에 돌아온 사연

중앙일보 2020.01.15 21:35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왼쪽)와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 대통령실, EPA=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왼쪽)와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 대통령실, EPA=연합뉴스]

멕시코가 대통령 전용기 TP01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각을 위해 미국 보잉사 격납고로 보냈는데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고 1년 만으로 멕시코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매각을 기다리던 전용기가 다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 전용기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전임자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2016년 2억1800만 달러(약 2525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여객기를 개조한 전용기는 좌석 80석에 호화로운 대통령 침실과 개인 욕실을 갖췄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긴축 정책과 대통령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대통령 전용기의 매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그는 공약대로 전용기를 미국으로 보내고 민항기로 출장을 다녔다. 대통령 신분으로 129번 민항기를 타면서 공항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고 보안 검색도 받았다. 
 
그동안 전용기는 보잉사 격납고에서 새 주인을 기다렸다. 하지만 판매는 쉽지 않았다. 몇 차례 구매 후보가 나타났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구매 희망자가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막판에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부.[멕시코 대통령실=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부.[멕시코 대통령실=연합뉴스]

 
시간이 흐를수록 멕시코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가만히 서 있는 전용기의 유지·보수 비용만 2800만 페소(약 17억2000만원)로 전용기를 사용할 때 드는 비용과 비슷해졌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계속 미국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유지비를 지불하는 대신 멕시코로 도로 가져와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도 구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호화로운 전용기를 살 만한 개인 구매자가 없기 때문이다. 전용기의 매각 예상가는 구입 가격의 절반을 조금 넘는 1억3000만 달러(약 1506억원)다. 전용기를 여객기로 개조할 경우 280석가량의 좌석이 확보되나 개조 비용이 많이 든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서는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슬림은 한때 포브스 세계 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자산보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전용기를 살 가능성은 작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의 침실.[멕시코 대통령실=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의 침실.[멕시코 대통령실=연합뉴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호화로운 비행기는 우리나라의 빈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면서 전용기 브로슈어를 내보이며 전용기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전용기를 경매에 부치는 등 매각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기업인에게 전용기 공동 구매를 제안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다만 매각에 앞서 직접 전용기에 올라 홍보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멕시코 정부는 이 전용기 외에 정부 소유 항공기 32대, 헬리콥터 39대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단독 구매가 힘들 경우 여러 명이 함께 구매하도록 하거나 시간제로 대여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라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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