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사권조정 우려 지적해야" 참여연대 부위원장도 사표 던졌다

중앙일보 2020.01.15 15:30
양홍석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중앙포토]

양홍석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중앙포토]

양홍석(42·연수원 36기)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사의를 표명하고 참여연대를 떠났다. 
 

참여연대 집행위 부위원장 양홍석 변호사 인터뷰
"수사권조정 최소 국민기본권 측면에선 부당"

집행위 부위원장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겸임했던 양 변호사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환영이 아닌 우려를 표명할 때"라며 "참여연대와 형사사법,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입장이 달라 더이상 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영 아닌 우려할 때 

참여연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에는 환영 논평을 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양 변호사는 "법안 통과 뒤 발생할 여러 우려에 대해 지적해야 하는데 참여연대의 입장이 없으니 정부와 여당에 찬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내부에서 토의가 있었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양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경찰 수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지금보다 보장하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 시점과 범위, 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참여연대와 나의 생각은 98%가 동일하고 2%가 다른 것"이라며 "참여연대는 소수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토론하는 조직이다. 정부·여당만을 옹호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란 시민단체를 오해하진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다음은 양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참여연대에서 사의 표명을 말리지 않았나
내가 안하겠다고 했다. 강제로 시킬 수는 없지 않나. 참여연대와 의견 대립이 심했던 것은 아니다. 내 소신이 있어 그만하기로 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은 무엇인가 
입장이 없다. 내부적으로 토론을 했는데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점에선 큰 틀에서 동의했다. 하지만 검찰의 경찰 수사 통제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패스트트랙 입법 과정에서도 참여연대의 목소리가 거의 안들렸다 
역시 그 때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의견을 모아내지 못한 부분에는 내 책임도 있고, 참여연대의 책임도 있다.  
 
참여연대에 어떤 점이 아쉬웠나
참여연대는 시민운동 단체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뒤 시민단체에선 우려스러운 점을 짚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참여연대도 정부와 여당에 찬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에선 이번 법안 통과를 정치적 성과로 선전하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환송 행사에 참석하며 박양우 문체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환송 행사에 참석하며 박양우 문체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참여연대가 변호사님의 의견을 듣지 않았나
참여연대는 토론하고 또 토론하는 단체다. 소수의견도 무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입장이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와 참여연대의 생각은 98%가 똑같고 2% 정도가 다르다. 참여연대는 정부·여당 입장만 옹호하는 곳이 아니다. 참여연대가 싫어서 나온 것도 아니다. 내 입장과 간극이 생겼고 더이상 참여연대의 직책을 맡기엔 적절치 않다고 봤다. 
 
양홍석 변호사 페이스북 중 일부 발췌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이 개정되었다. 그 개정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다. 경찰수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해도,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시점, 관여범위, 관여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측면에서 부당하다.
 
오늘 공익법센터 소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원래 내가 맡기에는 과분한 자리였고, 맡고나서도 별로 한 역할이 없어서 늘 부담이었다. 특히 참여연대의 형사사법에 대한 입장,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관한 입장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에 관한 의견 차이는 그냥 덮고 넘어갈 정도는 이미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참여연대에서 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해서 그만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권조정 법안엔 어떤 문제가 있나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되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번 법안은 그 측면에서 설계가 잘못됐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대부분 허용하고 경찰에 대한 통제는 약화시키지 않았나.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가 느슨해지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을 이중, 삼중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경찰을 검찰이 견제하려면 제대로 된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법안이 구체적이지 못해 세부적으로 세밀한 제도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경찰개혁만 되면 여한이 없다고 했다
수사권조정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경찰 개혁의 전제였던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와 정보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보경찰 폐지는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권고했지만 수년째 변화가 없는 상태다. 올해 국회에서 경찰개혁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다. 다음 국회에서도 경찰 개혁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