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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자 성관계 제약하던 ‘에이즈 예방법’, 결국 위헌심판대에

중앙일보 2020.01.15 11:59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자의 성관계를 제한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예방법이 위헌심판대에 올랐다. 이 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는데, 조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요지다.
에이즈 일러스트. [연합뉴스]

에이즈 일러스트. [연합뉴스]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후천성 면역 결핍증 예방법 19조와 25조의2가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내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25조의2는 19조의 벌칙 조항(“징역 3년 이하에 처한다”)이다.
 
발단은 HIV 감염 확진(2006년)을 받은 남성 A씨가 감염 사실을 숨긴 채 2018년 7월 다른 남성과 구강성교를 한 혐의(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위반)로 수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 진단을 받아, 성교 당시 HIV 수치는 감염이 안 되는 수치였다고 주장했고, 대한에이즈예방협회ㆍ국립중앙의료원감염병센터도 수치를 봤을 때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의견을 냈지만,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심리한 재판부는 그러나 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이 헌재에 낸 위헌제청 결정요지문에 따르면, “‘전파매개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문만 봐선 ①HIV를 실제로 감염시킨 결과범을 처벌하는지 ②HIV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혈액과 체액을 전파 매개하는 행위가 바로 구성요건이 되는지 ③정액과 질 분비액 등 전형적인 전파매개체가 아닌 눈물ㆍ땀 등도 전파되는 순간 바로 구성요건이 되는지 ④콘돔 없이 하는 성행위가 바로 구성요건이 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위헌법률 심판 대상이 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 1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위헌법률 심판 대상이 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 1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때문에 재판부는 “감염인이 타인과 신체를 접촉하기만 하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위험성이 무한히 확장돼 한번 감염인이 되면 사실상 접촉을 수반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활동이 대부분 금지 대상에 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관의 해석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기존 기소 사례에서도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이 불분명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통상 콘돔 없는 성행위가 바로 유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마저도 실제 HIV에 감염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2002~2018년까지 기소된 사례 42건 중, 성관계 상대방이 HIV에 걸린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HIV에 감염된다고 해도 바로 에이즈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콘돔 사용 없는 일체의 성행위 또는 그 시도 및 일련의 과정에까지 적용한다고만 한정해 보더라도 감염인의 기본권 침해는 그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벗어난다”고 봤다. 콘돔 없는 성행위만 처벌한다 치더라도 이 역시 과잉금지라는 지적이다. 1987년 처음 법이 제정될 당시는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 공포가 있었던 때고, 지금은 “의학적 기술이 날로 발전해 현재는 거의 만성질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고, 약을 복용하면 실제 바이러스가 대부분 억제되는 등 그 위험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위 조항의 법익과 감염인의 위 기본권을 비교해 보면, 그 균형성은 심하게 상실됐다”며 이 법이 있는 한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ㆍ행복추구권의 침해는 심각하다”고 했다 
 
법원의 위헌법률 제청으로 현재 A씨 재판은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예방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해외처럼 형법의 상해죄 등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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