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리소장·경리 숨진 아파트…결국 관리비 10억 횡령이었다

중앙일보 2020.01.15 11:05
사건이 발생한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A아파트 관리사무소. 김민중 기자

사건이 발생한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A아파트 관리사무소. 김민중 기자

관리비 횡령 의혹 사실로 

관리사무소 경리 직원과 소장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노원구 하계동 A아파트에서 10억원가량의 관리비 횡령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죽음의 배경으로 꼽힌 횡령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다.
 
15일 서울시와 노원구청,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A아파트에 대한 특별감사를 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르면 이번 주말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A아파트에선 최근 10년 동안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등) 약 9억9000만원이 빼돌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억4000만원가량은 숨진 경리직원의 개인 계좌로 이체됐다고 한다.
 

외부 회계감사 부실 정황

매년 1회씩 실시된 외부 회계감사가 제역할을 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횡령이 벌어지는 중인 2016~2018년도 A아파트 재무제표에는 ‘적정’ 의견이 찍혔다. A아파트의 실체가 회계장부에 제대로 반영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인회계사회는 회계법인의 과실에 무게를 두고 추가 조사를 펼치고 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비 예금잔고증명서를 위조해 제출했는데 감사인은 이를 그대로 믿거나 모른 척했다는 게 회계사회의 의심이다. 유경식 회계사회 감리조사위원장은 “공인회계사법상 중대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직무 제한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5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뉴스1]

5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뉴스1]

 

안전점검도 부실…“과태료 검토”

횡령과 별개로 노원구청은 A아파트가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해온 정황을 잡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 포함되는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건물의 기능 유지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1년에 두번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하지만 A아파트는 1988년 10월 준공한 이래 제대로 안전점검을 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강화된 법 적용을 받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해 10월 1차례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구청에 결과를 보고한 적 있다. 그러나 점검자 서명, 점검자 의견, 소요예산, 점검 내용 등 필수 항목들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자 명단에 포함된 김 모 씨는 중앙일보에 “안전점검이 뭔가”라며 “그런 걸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과태료를 부과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착수

노원경찰서는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이 몇 명인지가 포인트다. 유권호 노원서 수사과장은 “피의자 7명(고인 2명 포함)과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속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이 뒤따를 수 있다. 주민들(1200가구)은 유출된 9억9000만원가량을 메우기 위해 가구당 최대 83만원가량씩 낼 위험에 처했다.
 
아파트 관리비 횡령 논란은 A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강남구의 B아파트에서도 관리비 횡령(4억2000만원가량) 의혹이 불거져 수서경찰서가 전직 관리소장 등을 수사하고 있다.
 
정부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유리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올해 중으로 외부 회계감사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감시를 받는 관리사무소가 직접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구조적 문제가 개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