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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보유세 폭탄’ 탈출구…5월까지 매도 vs 전세 끼고 증여

중앙일보 2020.01.15 08:21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카드를 만지고 있어 다주택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6월 안에 주택 일부를 정리해야 할까, 아니면 버텨야 할까. [중앙포토]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카드를 만지고 있어 다주택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6월 안에 주택 일부를 정리해야 할까, 아니면 버텨야 할까. [중앙포토]

최근 진모(70)씨는 세무사와 상담 직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765만원을 올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로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79㎡)를 30년 넘게 보유하다 몇 년 전에 전세를 끼고 삼성동 롯데캐슬 프리미어(122㎡)를 샀다. 사실상 40억 넘는 부동산을 소유한 다주택자다. 문제는 전 재산이 부동산에 쏠린 데다 별다른 소득이 없어 점점 불어나는 세금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는 “세금이 한꺼번에 늘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한 채는 파는 게 나은지, 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 제값에 팔 수 있을지 등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진모(70)씨의 4년간 보유세를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진모(70)씨의 4년간 보유세를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서울 다주택자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추가 카드를 만지고 있어서다. 정부의 공격적인 ‘집값 잡기’에 버티기 전략을 썼다가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올해부터 강남권 다주택자는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최소 50% 이상 오를 전망이다. 보유세 계산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동시에 오르기 때문이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는 “12ㆍ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의 절세 상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상당수가 앞으로 불어날 세금을 고려해 비상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갈림길에 선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강남권 40억 다주택자, 시뮬레이션 해보니
보유세 폭탄, 지난해보다 2배 는 3765만원
세무사들 “6월 안에 팔면 양도세 확 줄어”
전세끼고 증여 붐, 단순증여보다 1억 아껴
6월 1일 전에 주택 처분해야 보유세 피해


 

파는 게 낫나?

지난해 말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한두개씩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전경. [뉴스1]

지난해 말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한두개씩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전경. [뉴스1]

상당수 세무사가 절세를 고려한 대응책 중 하나로 ‘주택 정리’를 꼽는다. 양 세무사는 “강남권에 20억 넘는 아파트를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커졌다”며 “한시적으로 ‘퇴로’가 열렸을 때 주택 일부를 처분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서울 등 조정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 때 양도세 중과(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자 20%포인트)를 6월 말까지 유예해 준다. 이때 진씨가 30년 넘게 보유한 삼풍아파트를 매도하면 양도세 중과 기한에 파는 것보다 4억5492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30%) 와 함께 일반세율(42%)로 과세해 10억원 넘던 양도소득세가 5억520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기 때문이다.  
삼풍 아파트 매각할 경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풍 아파트 매각할 경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녀에게 물려줄까?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절세 방법에는 증여도 빼놓을 수 없다. 주택 처분이 안 됐을 때의 대책이기도 하다. 일부 다주택자는 강남권에 보유한 20억 넘는 아파트를 제값에 6개월 안에 팔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매각 퇴로가 열린 매도자와 달리 매수자는 15억원 넘는 아파트를 살 때 대출이 금지돼 초고가 단지의 매매시장은 활성화되긴 어려울 수 있다”며 “증여를 통해 명의를 분산시켜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가들은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채무와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증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채무 부분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가 10~20% 중과돼 절세 전략으로 피했던 방법이다. 하지만 6월까지 중과세율 적용이 미뤄지면서 양도소득세를 아끼면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됐다. 빚과 함께 증여하면 자녀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도 낮출 수 있다.  

 
예컨대 사례자 진씨가 20억 상당의 삼풍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준다면 6억140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신 전세(약 8억원)를 끼고 아파트를 증여하면 증여가액은 12억원(20억원-8억원)이 되고 증여세는 2억9140만원으로 줄어든다. 또 그가 채무 부분에 대해 납부하는 양도소득세는 1억9677만원으로 중과(2억5289만원)될 때보다 22%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진씨 가족이 전체 납부해야 할 세금은 4억8777만원으로 단순 증여하는 방법보다 약 1억1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부담부증여를 선택할 경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담부증여를 선택할 경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의할 점은?

주의할 점은 있다. 절세 전략만큼 계획을 실행할 시기가 중요하다. 주택을 처분하려면 5월 31일까지, 증여하려면 이보다 앞서 4월 말 전에 증여등기 접수를 끝내야 한다. 양 세무사는 "세금은 세금을 매기는 과세기준일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은 6월 1일로 보유세를 피하려면 5월 말까지 주택을 처분하는 게 안전하다. 증여에 따른 취득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통상 4월 말에 오르기 때문에 그 전에 증여접수를 끝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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