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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아이디어 제안일 뿐"이라며 박원순, 정부와 상의없이 “한미훈련 중단하자”

중앙일보 2020.01.15 06:00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박원순 시장이 13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외교,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 서울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박원순 시장이 13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외교,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 서울시]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서울시의 고민과 노력에서 잉태된 것이지 정부와 교감은 전혀 없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워싱턴 D.C.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정부와의 교감까지 운운하게 된 것은 그가 이튿날 참석할 미국외교협회 좌담회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예상치 못한 박 시장의 사전 발표에 기자들의 의아함은 커졌다. 정부와 합의된 사항인 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지난 7일부터 미국을 순방 중인 박 시장은 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지난 12일 마지막 목적지인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정부와 상의도 없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고 외교적 사안과 얽혀 있는 문제다.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군사 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박 시장에게 경색된 남북관계로 국민 불안이 커진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정부와 협의 혹은 논의하지 않았다는 그는 “정부에 부담 주는 것 같아 오히려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며 “(이 제안이) 정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제안의 전제조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잠정적이며, 북한이 더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면 이 제안은 금방 효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 측 반응에 따른 추가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한·미관계를 다루는 외교부나 청와대가 아닌 서울시장으로서 어찌 보면 자유롭다”며 “반응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답변이 오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책임과 의무가 없으니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도 된다는 것이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안이한 판단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정부가 가는 길에 충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뿐이란 입장을 반복했다.
 

“답변 기대 않는다”면서 제안 왜? 

 
 박 시장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까지 주장하며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반드시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위한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박 시장의 설명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웠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비무장지대는 40㎞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경기도까지 포함한 수도권에 2500만 명 인구가 집중돼 있다”며 “남북갈등의 위기는 곧바로 서울시민의 위기이며 '서울 디스카운트'로 관광과 투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평양 올림픽 주체로서 하루빨리 유치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이해관계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어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입장, 상당한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군사훈련 잠정 중단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 대한 여론의 향방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남자 축구 남북 예선전이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진 이후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를 바라보는 여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시대의 부동산 불평등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시대의 부동산 불평등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갈등을 해소하고 올림픽을 남북이 공동으로 유치하는 문제는 서울시장이 혼자 나서 풀 수는 없다. 중앙정부와의 협업과 조율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번 제안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지나친 월권으로 비칠 수 있다.
 
 중앙정부 업무에 대한 박 시장의 언급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올려 재원으로 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시지가 현실화 등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세인 종부세와 공시지가 등은 중앙정부의 업무 영역이다. 
 
 중앙정부와의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선의의 발로일 수도 있겠지만, 책임지고 해결하지도 못할 아이디어만 남발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일은 아닐 듯하다.  
 
 최은경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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