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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의 알고리즘 여행]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중앙일보 2020.01.15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오래전 언론 인터뷰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에게 위험성 큰 문화 산업에서 성공한 비결을 물었다. 뜻밖이고 잊히지 않는 대답이 나왔다. “시스템화를 통해 우연과 일회성에서 벗어나는 것.” 이 대답은 성공적인 투자의 수리적 메커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칼럼에서 묘사하기 부드럽지 않은 주제라는 걸 알지만 편집국의 핀잔을 각오하고 한번 부딪혀본다.
 

성공투자의 핵심은 기하평균
연예기획사도 수리구조 중요
‘여러 팀’ 키워 성공하려면
기하평균을 산술평균화해야

평균 점수, 평균 소득, 평균 수명. 우리가 익숙한 평균들이다. 산술평균이라 한다. 투자 알고리즘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우리가 익숙한 이 평균의 개념을 사용할 수 없다. 평균의 개념은 상식으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평균이 있다. 바로 기하평균이다.
 
투자 수익률을 생각해보자. 일정 기간 투자 결과 월평균 수익률이 5%라 하자. 1년 평균 수익률은 얼마겠는가? 답은 “이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다.
 
월평균 수익률 5%이니 1년 수익률은 5%에 12를 곱한 60%. 초보적인 오답이다. 평균 수익률 5%라는 것이 매월 일정하게 5%씩 낸 것이라면 1년 수익률은 80%가 된다. 월 5%의 복리로 1년 동안 예금한 결과와 같다. 그렇지만 투자에서 이런 고른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들쑥날쑥하게 되어 있다. 한 달은 20%, 한 달은 -10% 정도의 기복을 갖고 있다면 월평균 수익률은 5%지만 1년 수익률은 59%가 된다. 한 달은 60%, 한 달은 -50% 정도라면 월평균은 5%인데 1년 수익률은 -74%로 원금의 4분의 3을 날린다. 여기서 월평균 수익률 5%라는 것은 산술평균이다. 이것으로는 최종 잔고를 알 수가 없다. 같은 5%라도 이를 만드는 수치들이 들쑥날쑥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반복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기하평균으로 나타내야 한다. 20%와 -10%를 반복한 산술평균 5%는 기하평균으로는 3.9%다. 60%와 -50%를 반복한 산술평균 5%는 기하평균으로는 -11%다. 이것은 매월 복리로 11%씩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산술평균은 모두 더한 값을 총수로 나눈 것이고, 기하평균은 모두 곱한 값을 총수만큼 제곱근 씌우는 것이다. 산술평균을 만든 값들이 모두 같을 때 기하평균은 산술평균과 일치한다. 이것이 기하평균의 상한선이다. 들쑥날쑥할수록 산술평균에서 멀어진다. 이런 수리적 구조로 인해 큰 수익과 큰 손실을 반복하면 결국은 쪽박을 찬다.
 
10여년 전에 어떤 투자 그룹에서 협업을 요청해왔다. 6개월쯤 운용한 결과 월평균 수익률 평균을 내니 3%이고 매월 3%씩 수익을 내면 1년에 43%가 된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월평균 수익률을 산술평균으로 계산하고 이를 기하평균 자리에 대입해서 1년 수익을 계산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수익과 손실의 편차가 커 기하평균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착각이 드물지 않다. 반복 투자에서 기하평균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면 자금 관리를 요령 있게 하기 힘들다. 몇조 원 규모의 운용을 책임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후에도 기하평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산술적 관점과 기하적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 법칙이다. 월 1백만원이 주는 기쁨은 월수입이 1백만원일 때보다 월수익 1천만원일 때 훨씬 덜하다. 산술적 관점에서는 같은 1백만원이다. 하지만 기하적 관점에서 보면 기쁨은 10배 차이가 난다. 같은 액수의 수익을 얻었다면 운용자산이 많은 사람의 수익률이 더 낮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교육받아온 사고방식은 산술평균에 많이 치우쳐 있다. 몇 번의 성공을 거두고 나면 사업가는 낙관적 정신 상태가 되어 대담해진다. 한두 번의 큰 실패로 파산하곤 한다. 케인스도 사람들의 투자는 대부분 동물적 기상 탓이라 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무모한 낙관주의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띠고 그런 시도 중에 유니콘도 탄생한다.
 
연예 기획사에서 ‘지속적으로’ ‘여러 팀을’ 키워 시장에 부딪혀보는 것은 성공률의 기하평균을 산술평균 쪽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기하평균의 산술평균화다. 투자 알고리즘에서도 이 수리적 메커니즘은 중요하게 이용된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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