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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 변심? 본심?…“윤종원 사퇴 고집않겠다”

중앙일보 2020.01.15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하던 윤종원 행장이 기업은행 노조원들에게 막혀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당시 ’윤 신임 행장은 은행업 경력이 전무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이며, 출근 저지 투쟁과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하던 윤종원 행장이 기업은행 노조원들에게 막혀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당시 ’윤 신임 행장은 은행업 경력이 전무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이며, 출근 저지 투쟁과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을 막아온 기업은행 노동조합의 기류가 달라졌다. 윤 행장이 사퇴하지 않는 대신 청와대와 여당이 사과하고 행장 임명절차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책은행장의 임명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행장 임명에 직원 참여 요구
행장 추천때 내부인사 포함 주문도
노조추천이사제 재요구 가능성
윤 행장 “노조와 대화하겠다”

14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조합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노조는 지난 3일 취임한 윤 행장에 대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기업은행에선 2010년 조준희 행장이 취임한 이후 권선주·김도진 행장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았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일각에선 경영 공백 등을 이유로 투쟁 장기화를 우려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오히려 ‘투쟁을 더 강하게 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명해진 건 노조가 더 이상 윤 행장 사퇴에 매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점이다. 노조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윤 행장의 사퇴를 전제로 투쟁을 이어나가는 건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의 약속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입장 선회 이유에 대해 “윤 행장 임명이 워낙 기습적으로 이뤄져 노조도 충분히 이력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이력 검토 후 내부적으로도 무리하게 사퇴를 요구하는 대신 임명절차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행장 임명 절차에 직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김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선 임원 임명 절차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노조는 대통령에게 행장 후보를 추천할 때 기업은행 내부인사를 한 명 이상 포함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밝힌 이상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주목되는 건 노조 기류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다. 노조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융계 일각에선 노조가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불발됐던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노조가 다시 꺼낼지도 관심이다. 노조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를 은행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2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낸 박창완 정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수출입은행 노조가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
 
정부는 국책은행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초 기업은행은 “은행 내부규범에 따르면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이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윤 행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행장 임명절차는 법적 절차의 문제”라면서 “노조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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