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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궤멸 이어질라 '비례정당' 때린다···정의당 사활 건 전쟁

중앙일보 2020.01.14 18:33
“자유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은 헌법상 정당의 자유, 정당의 민주적 운영원칙을 위반한 위헌 정당이다”

 
정의당이 지난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다. 정의당은 연일 '권리남용'·'꼼수' 등의 표현으로 비례위성정당을 두드리고 있다. 같은 날 열린 한 토론회 인사말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비례정당은) 탈세 목적으로 이혼서류를 내고 한 지붕 아래 사는 위장이혼”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비례OO당' 등의 당명을 가진 비례정당 창당을 불허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비례OO당' 등의 당명을 가진 비례정당 창당을 불허했다. [뉴스1]

정의당은 비례정당 창당 여부를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정의당은 "20석이 목표"라고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띄우면 목표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언론사가 지난달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선 비례한국당 변수만 적용해도 기대할 수 있는 의석수가 13석(비례정당이 없을 때)에서 7석(비례한국당 창당시)으로 주저앉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의당의 표면적 타겟은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비례위성정당이다. 이날 선관위가 '비례○○당' 명칭 사용을 불허해 '비례한국당' 창당에 제동이 걸렸지만 한국당이 당명을 변경하거나 보수통합 후 신당이 창당되면 기존 자유한국당을 비례정당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 '플랜B'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국당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정의당이 실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여부다. 선거법 개정으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전략 구사가 어려워져 심상정·이정미·윤소하 의원 등 대표급 인사들의 당선도 장담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정의당의 궤멸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꺼진 불도 다시보기

민주당은 이미 공식적으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면 브리핑으로 “의석수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정당당하게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해찬 대표도 14일 공직자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회의에 나와 "선거제도가 바뀌어서 비례대표 10석을 가까이 양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전제로 한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는 게 정의당의 시선이다.
 
정의당의 '비례정당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3일 '위성정당의 출현과 헌정질시의 위기' 긴급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를 악용하려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한 건 위헌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정의당의 '비례정당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3일 '위성정당의 출현과 헌정질시의 위기' 긴급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를 악용하려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한 건 위헌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정의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정정당당한 선거’라는 대원칙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의석수’라는 현실적 문제가 대두됐을 경우엔 비례정당 관련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민주당마저 비례정당 창당으로 돌아서면 정의당은 총선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1:1' 그림 만들기

비례한국당을 계속 공격하면서 정의당이 기대하는 또 하나의 효과는 정당투표에선 한국당의 맞상대가 정의당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유권자들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당에 정당투표를 해봤자 연동형 비례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정당투표에서 합리적인 판단할 거라고 본다”며 “결과적으로 여당 지지자를 포함한 진보개혁 진영 유권자들이 정의당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구 당선자 수가 많으면 정당 투표가 늘어도 의석을 추가하는데 한계가 있는 새 선거제도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사표방지심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21대 총선 서울지역 출마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엇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21대 총선 서울지역 출마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엇다. [뉴스1]

이같은 전략엔 한국당이 추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민주당에 쏠리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보수정당의 행태로 인한 역풍이 '여당에 힘을 싣자'는 여론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하준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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