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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엔 "초법 권한" 조국엔 "마음 빚"…文 108분 마이웨이

중앙일보 2020.01.14 17:54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오전 10시부터 11시 48분까지 기자들은 22개의 질문을 했고, 대통령은 답했다.
 
검찰과 관련해선 4개의 질문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하는지, 6개월간의 직무 수행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근 인사에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낸 게 아닌지 같은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초법적(超法的)’이란 표현을 네 번 썼다. 초법적이란 ‘법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국립국어원)는 의미인데, 변호사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법한 단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초법적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려왔고, 그래서 개혁대상이 됐다”는 논리로 얘기했다. 특히, 윤 총장을 향해선 이렇게 말했다.
 
“(검찰 고위직) 인사에 관한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중략)…‘제3의 장소에서 (법무부 장관이)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인 권한, 또는 권력 지위를 누린 것이다.”
 
검찰이 기소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문 대통령은 “(유ㆍ무죄의)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조 전 장관을 향해선 법의 선고, 즉 이성이나 논리의 영역이 아닌 감정의 영역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호소하고 싶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가 됐으니 이제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자”라고 했다.
 
윤석열과 조국, 두 사람에 대해 180도 다른 언급은 현 정국을 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 총장을 위시한 검찰은 초법적인 권력ㆍ권한ㆍ지위를 누려왔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조 전 장관을 중심으로 설계도를 그린 뒤 여권이 ‘패스트 트랙’ 입법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문 대통령 ‘마이 웨이'의 재확인이다.
 
북한 관련 문답에서도 문 대통령의 ‘마이 웨이’는 이어졌다. 이런 대목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고 할 정도로 남한에 대한 불신을 계속 얘기한다.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현실적인 안이 있나.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ㆍ미 간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간의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전혀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지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를 화두로 던졌고, 올해 신년사에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은 평화경제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이라고 했고, 신년사에 대해선 아예 묵묵부답이다. 청와대 일부에선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비난하지 않은 것만 해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한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정의용 안보실장)고 밝힌 이튿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 긴급통지문으로 알려 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았다”라며 '공개망신'을 주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로 친서를 똑같은 내용으로 보냈다는 사실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별 집권기간 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별 집권기간 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동산 정책도 그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2017년 5월) 평당 3415만원이던 서울 집값은 지난해 11월 평당 5051만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성과에 대해선 언급 없이 “부동산 투기를 잡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일부 지역은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상승이 있었는데, 원상회복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원상회복의 기준이 언제인지를 재차 묻자 문 대통령은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답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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