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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공직 사퇴

중앙일보 2020.01.14 17:40
14일 직권면직 처분을 받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원경찰과 기자 등에게 둘러싸인 채 시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직권면직 처분을 받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원경찰과 기자 등에게 둘러싸인 채 시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공직에서 사퇴한다. 울산시는 14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송 부시장의 직권 면직 처분(15일 자)을 내렸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 15일 직권 면직
총선 출마 위한 공직 사퇴 수순으로 보여
송 부시장, 시청 내부망에 글과 시 올려
"저로 인한 동료들 어려움 두고 볼 수 없다"

이날 직권 면직이 결정된 후인 오후 5시쯤 울산시청 앞 포토존에 선 송 부시장은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대신 그는 울산시청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송 부시장은 "오늘부로 저는 울산시청을 떠난다"며 "저로 인한 동료들의 계속되는 어려움과 울산호의 흔들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송 부시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경쟁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했다. 이를 수사하는 검찰은 송 부시장이 청와대 인사들과 송 시장의 선거 전략과 공약을 논의했다고 보고 울산시청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부시장은 입장문에서 "동료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시장님과 동료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글 마지막에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하는 도종환의 시『흔들리며 피는 꽃』을 첨부했다. 
 

울산시, 송씨의 총선 출마 배려했나

지난해 12월 31일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울산시청 집무실에서 수사관이 압수물을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울산시청 집무실에서 수사관이 압수물을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송 부시장는 1년 5개월간 울산시청에서 경제부시장직으로 일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송 부시장이 먼저 사표를 냈고, 송철호 울산시장이 사표를 수리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울산시가 송 부시장의 총선 출마를 배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부시장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자 사퇴기한인 오는 16일까지 부시장직을 내려놓아야 해서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울산 남구갑 출마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송 부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면서 사실상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상태였다. 공무원의 경우 검찰이나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의원 면직은 불가능하다. 대신 송 부시장과 울산시는 직권 면직으로 공직을 내려놓는 방식을 택했다. 송 부시장은 별정직 공무원이어서 대통령령인 '지방 별정직 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라 징계 등 사유가 있으면 직권으로 면직하거나 징계 또는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할 수 있다.
 

검찰 수사 받는 송병기, 구속되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자였던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이뤄진 첫 조사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송 부시장이 검찰에 구속되면 총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울산 남구갑 출마 시 민주당 내 경선도 치러야  

모든 난관을 뚫고 송 부시장이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한다고 가정해도 그동안 본인이 피력해왔던 울산 남구갑에 출마하려면 민주당 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심규명 변호사가 울산 남구갑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심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갑지역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임동호 전 최고위원과 함께 울산시장 후보에 출마했다가 민주당이 송철호 시장을 단수공천하면서 사퇴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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