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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시나리오…왕건함은 어떤 역할 맡을까

중앙일보 2020.01.14 05:00
지난해 8월 해군 특전요원(UDT/SEAL)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로 독도에 내려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지난해 8월 해군 특전요원(UDT/SEAL)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로 독도에 내려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독자 파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란과 마찰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요청을 간접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기 전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 가능성에 무게를 두던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정부 내에선 미국·이란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할 적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파병 대상은 아덴만으로 향하고 있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이다.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지역을 넓힌다면 한국 국민 보호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마음만 먹으면 당장 투입 가능…왕건함 능력 더 보탤 것도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가량이 지나는 원유 수송 길목이다. 한국 국적 또는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도 이곳을 지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상선과 유조선이 편도 기준으로 연간 900회를 가고, 우리 석유 수입의 70%가 작은 해협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호르무즈에서 맡아야 할 임무가 아덴만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방장관ㆍ합참의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 5명 정도가 모여 투입을 결정하면 당장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적 선박에 위해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고, 현지에 있는 한국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구출한 뒤 무사 귀환시키는 임무다. 왕건함은 1월 말 아덴만 해역에 도착해 강감찬함(청해부대 30진)과 임무를 교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아덴만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해군]

지난해 3월 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아덴만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해군]

 
청해부대는 왕건함과 같은 한국형 구축함(DDH-Ⅱ급)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임무를 맡는다. 평소 승조원 규모 200명보다 많은 장병 300명이 탑승한다. 검문검색 대원과 함정 경비 임무를 지원하는 해병대와 항공파견대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왕건함은 함정 길이 150mㆍ폭 17.4mㆍ깊이 7.3m 크기에 최대 속력은 시속 29노트(54㎞)까지 낸다. 127㎜ 함포와 함대함 순항미사일 ‘해성’, 대잠 유도무기 ‘홍상어’도 탑재해 강력한 공격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SM-Ⅱ 대공미사일도 탑재해 최대 140㎞ 밖에서도 적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고,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갖춰 미사일 방어도 가능하다.
 

왕건함 병력 4명 중 1명이 ‘경력자’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에서 파견된 청해부대 검문검색 대원은 피랍 선원 및 재외국민 구출 등 특수작전에 투입되는 최정예 요원이다. 왕건함은 고속단정(RIB)와 링스(Lynx) 헬리콥터도 갖추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왕건함 병력 중 24%에 해당하는 72명이 과거 청해부대 파병 경력이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특수전 단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청해부대가 그동안 쌓아온 성과는 화려하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과 한진 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듬해 제미니호 피랍 선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2014년 리비아 사태 때 지중해로 이동해 한국민의 해상 탈출을 지원했고, 2015년 예멘 정세 악화 당시엔 함정에 예멘 대사관 임시사무소를 설치해 재외국민 보호 활동에 나섰다. 2018년 4월엔 가나 해상에서 피랍됐다가 구조된 우리 국민 3명을 호송하기도 했다.
 

국민 수송 등 추가 지원도 가능

  
KC-330 공중급유기가 공군 KF-16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공군 KF-16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물론 군 당국은 왕건함 외에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추가 지원 전력으로는 공군 수송기(C-130)와 공중급유기(KC-330)가 우선 꼽힌다. C-130은 최근 10년간 8차례의 해외 재난 사례에서 이미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공군 관계자는 “C-130은 한 번 운항에 80명을 수송할 수 있다”며 “레드 플래그 등 다국적 해외훈련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악조건에서도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10월 사이판 태풍 재난 때 활주로가 파괴되고, 관제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C-130은 고립된 국민 799명을 대피시켰다.
 
지난해 1월 전력화된 KC-330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투입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KC-330을 수송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민항기 기반 군용기이므로 약 3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밖에 IMSC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사시 주변 미군과 연합 작전을 펼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근평·박용한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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