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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면의 이코노믹스] 정규직 전환 민간 안 퍼지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불분명

중앙일보 2020.01.14 00:26 종합 25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3대 노동정책 중간 점검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현 정부도 이제 반환점을 돌고,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고 있다. 2020년을 맞아 3대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방향을 제안해 본다.
 

최저임금 빈곤층 소득 증가 불확실
52시간제 계도기간 충분히 늘려야
급속한 노동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 뒤따라야 일자리 개혁 성공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화를 약속했다. 이후 공공부문에서는 순차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18만500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대상자의 84.9%인 15만7000명의 전환이 실현됐다. 또 민간 위탁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은 전환 기준 마련이 쉽지 않아 중단됐지만, 이 중에서도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이를 통해 올린 성과는 적지 않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20여만명의 노동자는 고용이 안정되었다는 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더 많아 보인다. 우선,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에는 전환 노동자들이 차별 해소를 주장하면서 임금이나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할 것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규직과의 심리적·문화적 갈등도 우려된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뒤에도 여러 공공기관에서 기존 노조의 반발과 ‘노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에 기존 노조 반발
 
더 큰 문제는 대기업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한순간의 선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와 전환되지 못한 노동자 간에 또 다른 양극화가 확대될 수 있다.
 
공공부문의 일부 근로자들만이 혜택을 받고, 훨씬 더 많은 규모인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이슈에 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소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회사 자체의 취업규칙, 노동조합,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돼 있다. 기간제 근로자를 비롯한 취약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임금체불을 살피고 일자리 정보 제공, 직무수행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부터 강화해 나가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평가와 제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두 번 올렸다. 2020년에는 인상률 2.87%, 시급으로 240원이 올라 8590원이 됐다. 대통령이 1만원 시대를 열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언급하면서 더는 갈등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노동분야

노동분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지만,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정도와 수준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대한 고용노동부 비공개 실태조사를 보면,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나 중소 영세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불경기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사업자의 가족노동 증가, 음식업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에서의 중간 휴게시간의 확대와 자동주문기의 급증,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단시간 근로의 확대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최저임금 이슈는 매년 봄이 되면 떠올랐다가 7월에 다음 연도 임금이 결정되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매년 수백만 명의 임금수준을 결정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 자료도 많지 않다.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도 말로만 언급되지 구체적인 분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인구 규모나 면적으로 작다면 작지만 크다면 큰 나라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단언하기 어렵다.
  
일본 18개 지역보다 최저임금 높아
 
물론 최저임금이 높은가 낮은가는 상대적이며,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판단이다. 일본에서 2020년에 적용될 지역별 평균 최저임금은 9704원이지만, 47개 지역 중 18개 지역의 최저임금은 한국의 8590원보다 낮다. 일본은 매년 10월부터 1년간 적용하는데 2019년 평균 최저임금을 3.1% 인상해 901엔이 됐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8590원이고 일본은 전국 평균 901엔이다.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9700원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47개 지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797엔 미만인 18개 지역의 최저임금은 우리보다 낮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빈곤층의 수입이 올라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해당 가구에 취업자가 없다면 혜택이 없고, 부유층의 알바 청년에 대한 임금 인상은 그 긴급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최저임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충분한 실태조사와 함께 각종 통계를 이용해서 급격한 인상 이후 이제 3년 차를 맞고 있는 최저임금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가계소득 증대 등을 통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일하는 만큼 소득을 보전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연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5인 미만 사업장 여건은 더 어렵다
2018년 7월부터 규모별로 적용되기 시작한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도’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도 근로시간 단축은 정치적 이슈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주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을 추가해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이 법으로 정해졌고,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다시 그 시행이 비현실적이라고 해 노사 양측만이 아니라 정부도 시행을 사실상 연기하는 보완책을 발표했다. 물론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 노사 간 입장 차이를 보면 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당장은 정부 방안대로 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시행은 하되, 계도기간을 둬 사실상 유예 기간동안 법 테두리 안에서 근로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 같다.
 
나아가 2021년 7월부터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50~299인 규모보다 더욱 여건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이다. 통계청의 전국 산업별·성별·규모별 사업체 및 종사자 통계를 보면 2017년 통계를 기준으로 1~4인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22만명으로, 3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269만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3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상용 근로자는 232만여명이고, 임시·일용근로자는 36만여명으로,이를 합치면 269만명이 된다. 1~4인 규모의 사업체는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근로자를 합치면 222만명이다.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적 지원에서도 차별이 적지 않다. 결국 사업을 계속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상실하게 되면 폐업에 이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 무슨 소용인가. 정부는 주요 업종별로 표준화된 모델을 만들어 영세 사업장이 52시간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요컨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근로자의 역할도 있다. 정규직이 되어서 그저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정을 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고용이 보장되었으니 변화와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다고 월급 더 주냐?”라는 말의 의미는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은 정말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자동화와 무인화를 넘어서서 디지털 노동플랫폼이 새로운 노동시장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일자리에 대한 안정과 경쟁력을 위한 혁신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네소타대에서 산업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윤리경영학회장·인사조직학회장을 거쳤고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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