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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올해 소비 트렌드는 멀티 페르소나, 편리미엄, 오팔세대

중앙일보 2020.01.14 00:24 종합 33면 지면보기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2020년은 비전(vision)의 연도다. 1010년·2020년·3030년처럼 두 자리 숫자가 반복되는 해는 1000년에 한 번씩 돌아오기에 더욱 특별하다. 2020년에는 매출 얼마, 업계 몇위 하는 식의 ‘비전 2020’ 현판을 걸어놓은 회사도 많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과는 달리 2020년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찾기 쉽지 않다.
 

전망 2020
실시간 수요 파악이 더 중요해져
시간 줄여주는 상품·서비스 주목

한국경제도 비관적 전망의 예외는 아니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2020년, 대한민국을 주도할 소비 트렌드를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편리미엄’ ‘오팔(58)세대’ 등 3개의  키워드로 풀어본다.
 
첫째, 멀티 페르소나. 현대인은 다양하게 분리되는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다. 다양한 상황과 SNS 매체에 따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그때그때 만든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자아를 멀티 페르소나로 부를 수 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이다.
 
현대인은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가령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아이템도 있다. 요즘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귀에 꽂고 다니는 에어팟(무선 이어폰)은 ‘끼고 있을 때는 일반인, 뺐을 때는 직장인’으로 모드 전환을 알려주는 일종의 가면이다.
 
현대의 소비자는 더는 일관된 구매자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취향과 선호를 바꾸는 다면적인 존재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전략이 더 중요하게 부상할 것이다. 이제 시장을 0.1명 단위로 세분해야 한다.
 
둘째, 편리미엄.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편리한 상품과 서비스에 주목하자.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한 것’이 된다. 이는 구매경제가 경험경제로 이행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다. 구매경제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돈이라면, 경험경제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샤넬 백은 다른 사람이 대신 줄을 서서 사줄 수 있지만, 영화는 타인이 대신 봐줄 수 없는 것과 같다. 경험경제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것이 프리미엄의 새 기준이 된다.
 
신이 내린 3대 가전이라 해서 ‘삼신(神) 가전’으로 불리는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빨래건조기는 대표적인 편리미엄 상품이다. 밀레니얼 가족의 필수품이 됐다. 샛별 배송, 가사도우미 서비스처럼 소비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비즈니스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시간과 노력은 최소화하되 성과는 극대화하는 편리미엄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58세대. 50대와 60대가 소비시장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5060 세대를 더는 시니어라 부르지 마시라.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덧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 나이가 됐지만, 고속 성장의 주역답게 여전히 왕성한 사회 활동을 이어간다. 다시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활발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자신만의 콘텐트를 구매하면서 관련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에게 실버 또는 그레이로 대표되는 노년층 색깔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채롭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의 새로운 이름은 ‘58세대’다. 오팔(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옛사람들(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다. 동시에 ‘1958년생 개띠’의 ‘58’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뽐내는 다채로운 매력이 모든 색을 담고 있는 오팔 보석의 색을 닮았다. 인터넷과 신기술을 젊은이들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5060 신중년들이 정체된 대한민국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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