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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접수사 범위 제한…“검찰 힘빼기 마침표 찍었다”

중앙일보 2020.01.14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형사소송법 제정 65년 만에 선진 형사법 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하 조정안)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찰청은 대환영의 뜻을 밝혔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검찰의 지휘를 받는 존재였던 경찰은 일거에 검찰과 동등한 협력관계의 기관으로 신분 상승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② 여당, 수사권 조정안 강행처리
검사 수사 지휘권 65년 만에 폐지
직접수사 범위 대통령령으로 제한
검찰 안팎 “경찰 통제 어려워져”
경찰 측 “검찰이 절대 선 아니다”

공수처법과 함께 검찰 개혁의 양대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조정안은 경찰에 자체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경찰이 수사 후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사건을 종결(기소·불기소)하도록 해 왔다. 조정안은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무혐의 판단 사건은 자체 종결해도 되도록 했다.
 
사실상 무제한이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및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등으로 제한했다. 조정안은 또 검경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 능력도 제한된다. 피고인 측이 “기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 법정에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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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안은 공포 6개월 뒤 대통령령으로 시행 시점을 정하도록 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검사 피신조서 능력 제한은 향후 4년 내 대통령령에 따라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
 
대검찰청은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윤석열)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를 강조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경찰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현직 검사는 “조정안은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정보 경찰의 부작용이나 경찰 권한을 분산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도 “경찰 수사 후 검사가 한 번 더 짚어주는 현 시스템이 경찰만 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이 자신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검찰의 힘을 빼고 공수처와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련한 조치 아니냐”며 “공수처법 통과, 수사 검사들의 대규모 좌천과 검찰 내 수사 부서의 대폭 축소에 이어 이번 조정안으로 검찰 힘빼기의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 주장들에는 검찰이 ‘절대 선’이며 경찰은 마치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한정치산자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조정안에는 ‘사건 경합 시 검사 우선권’ ‘송치사건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검찰의 통제장치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도 “경찰 수사에 대한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내·외부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줄곧 찬성해 왔던 법무부도 “경찰과 협력적 관계를 정립해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치가 바로 서는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상·박태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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