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이닉스 주가 첫 10만원 돌파…그래도 웃지 못하는 SK그룹

중앙일보 2020.01.14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0.84%) 오른 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5월 액면가 50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한 이후 최고가다. 액면분할 전 주가 기준으로도 1975년 증시 상장 이후 가장 비싸졌다.
 

SKT를 중간지주사로 전환 추진
하이닉스 지분 10% 추가 7조 필요
반도체 기대감에 주가 급등 부담
삼성전자는 6만원, 분할 뒤 최고가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1600원(1.62%) 오른 10만500원에 마감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 3월 이후 최고가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돼서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는 11만5000원(미래에셋대우)~14만원(유안타증권)이다. 최근 1년간 주가가 55% 올랐는데 앞으로 15~40%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국내외 변수와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는 언제든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들은 주가 상승을 환영하지만 정작 그룹 지주사인 SK㈜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SK㈜가 구상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그동안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 더 집중하고 SK하이닉스는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대외적인 명분이다. 그룹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SK하이닉스(73조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현재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SKC 등을 지배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ADT캡스·SK플래닛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자회사 지위에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할 때 피인수 기업의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 아무리 작은 회사를 인수해도 지분 전부를 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자회사로 바뀐다. M&A를 가로막는 족쇄에서도 벗어난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와 M&A가 가능해진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부진해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과 실효성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주요 주주와 계열사 간 이견 조율과 재원 마련 방안도 난항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6월 “중간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다”며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회 상황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손자회사 포함)의 지분율을 현재 20%에서 30%(상장사 기준)로 높이는 내용이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갖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9.93%를 더 확보해야 한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약 7조원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저점이던 지난해 6월 중순과 비교하면 2조5000억원 정도 늘었다.
 
올해 SK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의 지분을 요구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으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태윤·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