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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재계가 반대한 ‘협력이익 공유제’ 첫 시행

중앙일보 2020.01.14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수수료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남양유업이 자진 시정 방안을 마련했다. 시정 방안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나누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의 압박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협력이익 공유제’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2년 전 대리점 수수료 갑질 물의
공정위에 ‘이익 5% 공유’ 시정안
“반시장적”…입법화 막혔던 정책
“영업익 20억 안 돼도 1억 보장”

공정위는 13일 남양유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인 기업이 스스로 낸 시정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인 건 2016년 LG유플러스 이후 3년 만이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남양유업과 협의해 만든 방안으로 대리점과 상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우유 등 유제품을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면서 이 업무를 위탁한 255개 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사전 협의 없이 2016년 1월부터 기존 15%에서 13%로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 사건을 계기로 대리점 수수료를 올려준 남양유업이 수수료를 다시 일방적으로 낮춘 행위를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조사해왔다.
 
남양유업이 내민 시정 방안은 크게 ▶대리점 피해 구제(동종업계 평균 이상 위탁 수수료율 유지, 도서 지역 또는 월매출이 영세한 하나로마트와 거래하는 대리점에 수수료 추가 지급) ▶상생 협약 체결(대리점이 대리점 협의회에 가입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서상 중요한 내용을 바꿀 경우 협의회 대표와 사전 협의) ▶대리점 후생 증대(위탁 납품 거래 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협력이익 공유제에 해당하는 마지막 내용이다. 협력이익 공유제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 대기업·중소기업이 공동의 노력으로 달성한 이익을 사전 약정한 대로 나누는 게 핵심이다.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연구·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대기업이 제품 판매수익과 연계하는 ‘협력사업형’, 발생한 이익을 협력사 매출실적이나 광고 조회 수 등과 연계해 납품단가·수수료 인하 등을 추가 반영하는 ‘마진 보상형’, 대기업 등의 자율적인 협력사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인센티브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18년 말 협력이익 공유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에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과도한 경영 개입인 데다 경영에 부담된다며 반대해 왔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이 추진하는 협력이익 공유제는 자율이라기보다 공정위 압박에 떠밀려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 영업이익이 20억 원에 못 미칠 경우에도 대리점에 최소 1억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협력이익 공유제는 국가가 개입해 이익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반시장적”이라며 “대기업에 중소기업과 상생할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대기업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정 방안은 2월 22일까지 대리점 등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한다. 선중규 과장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양유업이 선제적으로 대리점 협의회의 구성권을 보장하고, 이 단체를 통해 수수료율 인하 등 중요한 계약사항을 협의해 결정하기로 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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