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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란…롱패딩·호빵 울고 골프용품 웃다

중앙일보 2020.01.14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따뜻한 날씨로 패딩 업체들이 울상이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 전영선 기자

따뜻한 날씨로 패딩 업체들이 울상이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 전영선 기자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레저·골프·스포츠 관련 매장이 모여 있는 6층.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매장엔 올해 나온 롱다운(롱패딩) 제품을 50~60% 할인해 팔고 있었다. 또 다른 아웃도어 업체인 머렐에서도 반값 세일이 한창이었다.  
 

이상고온에 히트상품 계절 역전
롱패딩 반밖에 못팔아 재고 골치
스키·보드용품 매출 10%이상 뚝
전동킥보드·아이스크림은 급증

하지만 파격적인 가격에도 1~2명이 살펴보다 이내 매대를 떠났다. 같은 층에 밀집한 스포츠 브랜드 골프 용품점은 비수기인데도 구경하는 소비자로 북적대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유통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년 중 가장 추워야 할 동지(지난해 12월 26일)와 소한(지난 6일)을 따뜻하게 보내면서 최근 수도권 남부 일대 골프장은 북적이고 있다. 날씨 분석 정보업체 케이웨더 고영동 기상사업팀 담당은 “1월 말까지 큰 추위는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겨울 특수는 이미 ‘끝물’이란 얘기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반면 골프용품 매출은 무려 27.3%, 골프의류 매출은 4.1% 뛰었다. 비슷한 기간(지난해 12월 8월~1월 7일) 현대백화점에서도 뛰어야 할 아웃도어 매출(-2.9%) 이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기간 골프용품 관련 매출은 16.7% 증가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매년 겨울 오리털 패딩 제품 판매 성적이 한 해 장사의 성공을 가르는 의류 업계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밀레의 경우 올해 준비한 롱패딩 물량 10만장 중 절반인 5만장을 팔았다. 재고 소진까지는 상당한 골치를 앓을 전망이다. 밀레 관계자는 “대신 숏다운(숏패딩)과 가을철 아이템인 플리스가 많이 팔렸다”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2017년 롱패딩으로 대박을 낸 의류 브랜드 디스커버리 역시 올해는 재미를 못 봤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정보라 롱다운 매출액을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플리스가 전년 대비 10배인 30만장(500억원어치)이 팔렸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발열내의 히트텍의 국산 대체재로 이번 시즌 ‘대박’을 기대했던 BYC 보디히트의 매출액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4% 성장에 그쳤다.
 
겨울엔 판매가 뜸한 레저용품도 이상 특수를 누리고 있다. 9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전동 킥보드(전년 동기 대비 370% 증가)와 롱보드(221% 증가)처럼 날씨 좋은 봄·가을에 잘 팔리는 스포츠용품이 많이 나갔다. 이 기간 스키·보드 장비와 의류가 각각 전년 대비 13%, 10%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춥지 않은 겨울은 먹거리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 대표 먹을거리인 아이스크림과 빙수가 호빵·우동을 누를 태세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아이스크림·빙수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름철 상품으로 분류되는 쫄면과 비빔국수 판매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따뜻한 국물 때문에 겨울에 많이 찾는 우동(-14%)과 칼국수(-16%)는 자존심을 구겼다. 계절 역전 현상은 편의점에서도 나타났다.  
 
GS25에선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 1일~1월 5일) 호빵 판매는 10.1% 증가에 그쳤지만, 아이스컵은 65.3%나 뛰어 눈길을 끌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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